그린스펀 "내 영향력 과대평가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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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시장에 대한 내 영향력은 과대 평가됐다."

앨런 그린스펀(81.사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모기지증권협회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발언을 실제 이상으로 평가하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지난해 1월 물러났지만 그의 발언은 여전히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올해 2월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 발언은 세계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금리가 낮다"며 금리인상 움직임에 불을 질렀다.

그는 "내가 시장 변동을 이끈다고 비난받지만 나는 실제 일이 발생할 때 시장 밖에 있었다"며 "가능성이 작은 것을 이야기했음에도 사람들은 내가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전망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단순히 경제 전망의 위험에 대해 언급했음에도 이를 전망 자체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중앙은행(BOE) 머빈 킹 총재가 "중앙은행 총재는 퇴임 후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것 좋다"며 그린스펀을 간접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나는 금리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이날 그린스펀의 언급은 수익률 상승에 영향을 미쳐 그의 '과대평가' 변명을 무색하게 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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