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다에 가두고… 땅 속에 묻고… 진화하는 CO2 처리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2)를 바닷물에 녹이거나 땅속에 묻는 방법이 지구 온난화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CO2를 줄이느라 골머리를 덜 썩여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연구원 강성길 박사는 “유전이나 가스전, 바다밑 퇴적층, 채굴이 어려운 석탄층, 바다 등 CO2를 묻을 곳은 많다. 이런 곳에 세계에서 발생하는 CO2 수백~수천 년 치를 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모으나=산업현장의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굴뚝으로 나온다. 아민이라는 흡착제로 CO2를 모은다. CO2가 달라붙은 아민에 열을 가하면 다시 CO2가 떨어져 나오는데 이를 고압으로 응축하면 액체 CO2가 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일반 공기 대신 순도가 90% 이상의 산소를 사용하면 그때 나오는 연기의 95%는 CO2다. 따라서 별도의 분리공정을 거치지 않고, 굴
뚝을 바로 응축기로 연결하면 순도 높은 CO2를 모을 수 있다.

◆3면이 바다인 한국도 활용할만=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저장고는 유전과 가스전, 깊은 땅 속 짠 물이 고여 있는 곳(심부염대수층)이 꼽히고 있다. 심부염대수층은 땅 속에 밥그릇을 엎어 놓은 모양의 지층인데 그 속에 짠 물이 차 있다. 육지나 바다 등에 그런 곳이 많다. 이미 10여 곳에서는 CO2를 저장하고 있기도 하다.
 원유와 가스를 뽑아내고 난 뒤 생긴 빈 공간에 CO2를 저장하는 방법도 있다. CO2를 액화시키거나 가스 상태 그대로 집어넣은 뒤 밀봉한다. 석유를 뽑아내 비어 있는 공간에 CO2를 집어넣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거의 없다.

 유전과 가스전의 빈 공간에는 6750억~9000억t을, 심부염대수층에는 1조~10조t을 각각 10만 년 동안 가둬둘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2003년 한국에서 배출한 CO2가 5억8000만t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저장 용량은 온실가스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CO2를 바닷물에 그대로 녹아들게 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는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커 국제적으로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미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버는 회사도 생겼다. 심부염대수층을 이용한 프로젝트는 노르웨이의 슬라이프너가 대표적이다. 가스 생산업체인 스탓오일은 1996년부터 천연가스 생산 때 나오는 CO2를 모아서 해저면 1000m 지하 염대수층에 묻고 있다. 이 회사는 CO2를 묻는 대신 정부로부터 탄소세를 감면받고 있다.

 강 박사는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거기에는 심부염대수층이 많아 이를 활용하는 게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동해 가스전에도 수천만t을 묻을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이 처리방식의 단점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CO2 1t당 30달러가 넘는다. 경제성이 있으려면 처리비용을 10~20달러 선으로 낮춰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