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부실」 재발소지 크다/「농약밀」 파동… 농산물 검역체계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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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4명이 8천건 검사… 전국에 검사실 3곳뿐
인체에 해로운 농약성분이 남은 호주산 밀파동은 보사당국의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도 개선대책이 없는한 이같은 위해시비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라면우지사건(일명 우지파동)을 계기로 검역기능에 대한 개선이 일부 이뤄져 전국 13곳 검역소가운데 수입물량이 많은 서울·부산·인천 등 3곳 검역소에 검사실이 생겼다.
그러나 이들 검역속의 경우도 장비와 이를 운영하는 검사요원이 태부족이고 방사능물질이나 항생물질 등을 분석해 낼 수 있는 능력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수십년동안 축적해온 양곡·가공식품 등에 대한 위해정보를 바탕으로 「블랙리스트 시스팀」을 운영,과거 문제된 식품 등에 대해서는 전량검사를 철저히 하고 세계 각국에 보관감시인력을 파견해 관련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는 등 불량식품·위해농산물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고작 한명의 보건관을 파견하고 있을 뿐이며 서울 등 세곳을 빼고는 검사실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심한섭 전 인천검역소장(현국립의료원 약제과장)은 『인천의 경우 한해 8천건의 품목이 들어오나 검사실 요원은 4명에 불과해 전량검사는 말할 것도 없고 검사항목을 몇개만 골라 극히 제한적으로 밖에 검사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검역과정을 통과하는 양곡 등은 서류검사와 관능검사(맛·겉모습 등으로 판단하는 검사),그리고 이화학검사 등 세가지 검사를 거치도록 돼 있으나 국내의 이화학검사량은 전체 반입량의 20%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검사항목도 부실한 형편이다.
문제된 호주산 밀이 수입된 시점(6월)도 분기별로 농약성분을 나눠 부분적인 검사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을 국내외 업자들이 교묘히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인천검역소측은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1∼3월에는 치오파네이트 메틸을 검사했으나 4∼6월에는 또다른 성분인 디클로버스 등 2항목밖에 검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보사부측은 『치오파네이트 메틸을 한꺼번에 대량 섭취하지 않는한 큰 문제가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세계 각국이 설정한 허용기준치를 무시한 변명까지 늘어놓고 있다. 식품위생전문가들은 『외국산 농산물 등이 물밀듯 밀려오는 판국에 한 항목시험에 시료값만 20만원이 드는 실정에서 전량검사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최소한 각 검역소끼리 컴퓨터망을 연결,다른 검역소에서 문제된 물품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교환하고 식품 등 정보가 풍부한 선진국에 파견하는 보건관의 증원·국내검역소의 장비 및 인력보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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