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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티셔츠가 팝아트 전시장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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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흔하디 흔한 깡통 통조림 그림이 가슴팍에 박혔다. 과장된 금발의 노란색과 유혹의 빨간 입술을 강조한 마릴린 먼로는 앞서 가는 사람의 등에 붙어 윙크를 한다. 전설적인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강렬한 작품이 프린트된 티셔츠다. 무난한 청바지에 이런 티셔츠 하나면 금세 멋쟁이로 변할 만큼 매력적이다. 브랜드 로고만 박혀 있던 심심한 티셔츠가 올 여름, 달라졌다. 청바지나 면바지에 간편하게 걸치던 만만한 티셔츠가 아니다. '한정판''특별판'처럼 대접받는 티셔츠까지 나왔다. 이 특별한 티셔츠 바람을 해부한다.

# 팝아트, 티셔츠와 손잡다

앤디 워홀의 작품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티셔츠의 변신은 이채롭다. 조형예술을 전공한 가수 나얼은 일러스트 작가 코코미와 함께 '아트 티셔츠'를 제작해 인기몰이 중이다. 여기엔 톰보이의 광고에 등장해 눈길을 끈 8m짜리 대형 마리오네트(줄을 매달아 움직임을 조종하는 나무 인형) '테라'의 모습을 재해석한 작품이 그려져 있다.

헤지스는 로고인 잉글리시 포인터를 주제로 삼아 4명의 작가들이 만든 한정판 티셔츠로 눈길을 끌고 있다. 티셔츠에 새겨진 작품은 인기 만화가 아메바피쉬(본명 박현수), KBS-2TV의 미니시리즈 '달자의 봄'에서 일러스트로 화제를 모았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이경아, 에르메스 매장에 초현실적 작품을 선보였던 언더그라운드 미술가 그룹 플라잉시티, 부산시립미술관의 '젊은 작가전'으로 유명해진 김한나 등이 맡았다.

LG패션 김선희 디자인실장은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만든 티셔츠인 만큼 '재미있고 특별하다'는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굳이 이름 있는 작가의 작품을 쓴 것은 아니어도 팝아트 느낌을 살린 티셔츠도 많다. 소니아 리키엘의 세컨드 라인 소니아는 빨간 사과, 입술 모양, 귀여운 하트 등 재미있는 모티브를 강조한 티셔츠로 이런 분위기를 냈다. 녹색 바탕의 평범한 줄무늬 티셔츠 어깨 부분에 큼지막한 빨간 입술을 그려 넣은 식이다. 스페인 캐주얼 브랜드 데씨구엘은 화려한 스페인 거리 풍경을 다양한 원색의 그래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팝아트로 개성을 강조한 티셔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익대 간호섭(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예술이 사람들 생활과 먼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과 친숙해졌다는 방증"이라며 "그중 팝아트는 쉽고 재밌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에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팝아트는 1950년대 TV, 상품광고, 쇼윈도, 만화 주인공 등 흔한 소재를 미술 작품에 끌어들여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란 이분법에 저항한 미술 사조다.

# 나만의 개성을 뽐내다

'특별한 티셔츠'의 진화도 주목된다. 기발한 방법으로 만들거나,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등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SJ SJ는 일러스트 티셔츠에 패치워크(천 조각을 이어붙이거나 덧대는 기법)를 사용한 티셔츠를 내놨다. 캐주얼 브랜드 A6는 동양화 기법의 수채화를 그려 넣은 티셔츠에 비즈나 스팽글 리본 등을 달아 '특별함'을 강조했다.

'나만의 것'을 강조한 한정판도 눈에 띄는 아이템이다. 시스템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만든 그래픽을 티셔츠에 새겨준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펼쳐지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동영상을 소비자가 클릭하면 6000여 개의 독특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이 중 소비자가 선택한 그래픽을 티셔츠에 심어주는 것이다. 그것도 단 100명에게 만들어주었다.

유니클로는 그룹 자우림의 김윤아, 영화배우 류승범, 팝 아티스트 김태중, 사진작가 사이다 등이 디자인한 그래픽 티셔츠를 팔고 있다. 이 중 김태중의 작품이 그려진 한정판(1000장) 티셔츠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매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 티셔츠를 구입한 회사원 김윤수(30)씨는 "디자인이 특별해도 거리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며 "티셔츠 한 장도 한정판을 구입하면 나만의 개성을 확실히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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