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UNDP 자금 받아 영국·캐나다에 건물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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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 산하기관인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받은 지원금을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썼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미 국무부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9일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UNDP 자금 중 280만 달러를 해외 공관으로 돌려 영국.프랑스.캐나다에서 건물을 매입하고 그 관리 비용으로 썼다는 것이다.

WP는 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활동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단청상업은행에도 UNDP 자금 270만 달러가 장비 구입 명목으로 유입됐다고 전했다. 구입한 장비 중에는 위성항법시스템(GPS) 장비, 컴퓨터와 컴퓨터 부속품목, 동위원소 합성 장치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품목에 대해 UNDP 측은 "기상 예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의 마크 월리스 차석대사는 "북한이 UNDP 자금을 이용해 군수물자로도 이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들을 다수 구입했다"고 말했다.

AFP통신도 "WP 보도가 사실"이라며 "잘메이 칼릴자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7일 케말 더비스 UNDP 총재를 만나 이 같은 문제들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UNDP는 2001~2005년 UNDP 내 북한 측 기구인 UNDP 국가조정위원회에 700만 달러 이상을 송금했으며, 유엔의 다른 기관들은 2001~2002년 800여만 달러를 북한에 지원했다.

미국의 의혹 제기에 대해 데이비드 모리슨 UNDP 대변인은 "미국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GPS 등은 북한의 홍수.가뭄과 관련된 기상 예측 장비로 군사 목적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은 올 1월 북한 당국이 주민의 생활여건 개선 등을 위해 지원된 UNDP 자금을 핵무기 개발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UNDP는 대북 지원사업을 중단하고 감사를 진행해 왔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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