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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의료비 지출 몰려 적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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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졌다. 그래서인지 친척과 지인들의 결혼소식이 심심찮게 날아든다. 그런가하면 유난히 일교차가 심해진 환절기 탓인지 우리집 아이들은 노상 코에 콧물을 달고 다니고 남편과 나마저도 한동안 감기기운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환절기에는 특히 노약자들의 건강상 기복이 심하다더니 연이어 부음도 접하고 있다. 역시 가을은 경조사가 많은 시기임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입증되고 있다.
우리집만 하더라도 사촌동생의 결혼, 외할아버님의 상, 할머님제사 등이 있었는데다 남편은 회사 및 지인들의 경조사가 그보다 훨씬 많았던 탓에 이번 달 문화교제비의 지출이 많이 늘었다.
지출건수도 건수려니와 1만∼2만원은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부지불식간에 슬그머니 높아진 금액에도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남편도 승진한 이후에는 체면 때문인지 금액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고 보면 자칫 경조비의 순수한 뜻이 변색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찬바람이 불면서 나날이 커가는 4살·3살짜리 두 아이들 옷에도 신경이 쓰인다. 물론 제나이 치수보다 약간은 넉넉하게 골랐던 것이 대부분이지만 벌써 깡똥한 것들도 상당수 있어 아이들 부쩍부쩍 크는 즐거움만큼이나 씀씀이를 헤아리기 바쁘다.
이번에는 해 넘긴 옷들을 50% 할인 판매하는 동네점포에서 3만원짜리 큰아이 코트와 작은아이 원피스, 그리고 티셔츠 몇 벌을 우선 사두었다.
요즘은 의류업계에 불경기 여파가 유난치 심한 탓인지 할인율이 많이 높아져 피복비는 다른 항목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한 편이다.
늦기 전에 김장용 고추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할 것 같아 시골에서 질 좋은 태양초를 한근에 6천3백원씩 10근을 구입했다.
또 북적거리는 여름 휴가철이 싫어 주말에 1박2일로 끝내고 미루어 놓았던 휴가를 2박3일 설악산여행으로 대신했다. 마침 단풍철이 시작됐지만 연휴를 피해 다녀왔기 때문에 오히려 다소 한적하기까지 했다.
남편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콘도가 있고 먹을거리 역시 미리 아이스박스에 준비해가므로 크게 돈 들어갈 일이 없어 우리가족은 붐비는 때를 피해 자주 찾는 편이다.
이번 달 가계부를 보면 자동차세에다 피복비·보건위생비·문화교제비의 항목이 많이 늘었다. 피복비와 문화교제비는 앞에서의 이유로 지출이 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일들로 인해 수입이 는 이상으로 지출이 많았다. 결국 이번 달은 적자로 끝나고 말았는데 내달의 보너스로 적자를 충당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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