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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내가 나왔으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호 15면

이번 주 한마디는 쿨하지 않다. 한 방송사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여고 1년생이 목매 숨졌다. 87㎏의 몸무게를 47㎏으로 줄였다고 시청자 앞에서 자랑스럽게 공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하던 노래대로 이뤄졌건만 왜인가.

cooool 한마디

인기 가수와 사진을 찍는 등 다정한 모습을 연출한 죄로 가수 팬클럽의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는 말이 있다. 변한 모습을 TV로 본 동창들이 폭언을 했다는 말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녀가 TV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텔레비전에 나갔는데 그 결과가 ‘정말 좋지 않았다’.

일반인을 등장시키는 TV 프로그램은 날로 확대돼 간다. 시청자와 쌍방향 소통을 실현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지상파 제작자들이 더러 잊는 게 있다. 개인 미니홈피나 블로그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전국적 영향력이다. 인터넷과 포털사이트의 발달은 시청자의 피드백을 출연자에게 직접 와닿게 만들었다. 씁쓸하게도 피드백의 절반 이상이 무책임한 악플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피드백을 위장한 가학 반응에 상처받는다. 프로 직업인인 그들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인데, 10대 여고생이야 말해 무엇하리.

결국 유명세(有名稅)다. TV는 기획된 환희만 보여줄 뿐 이면의 ‘세금 추징’은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세금은 고스란히 출연자의 몫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하는 환상의 부질없는 실체다. 감당 못할 세금으로 고통받지 않게, TV여, 자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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