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산책 (39) 거리 예술공연, 관객이 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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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나 광장의 예술공연은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나라 도시들도 시민의 문화 향수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 공공장소의 예술공연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거리 예술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 공연자 간의 긴밀한 상호 작용입니다. 공연이 길거리라는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좋은 공연을 위해 시민은 질서 있는 관람 행태를, 공연자는 전문화된 노하우를 가져야 합니다.

서울 인사동에는 각종 노천공연①과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특히 전통문화축제 행사 기간에는 홈페이지와 각종 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합니다. 그러나 공연 준비, 운영의 전문성, 공연의 완성도에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뉴욕 지하철 교통국은 매년 봄 공공장소를 무대로 공개 오디션을 엽니다. 심사 과정에서 공연의 예술적 수준과, 공연자가 지하철 환경에서 어떻게 시민과 조화롭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세심하게 심사합니다. 그리고 역마다 그 지역에 적합한 공연을 배정합니다. 브로드웨이 극장이 위치한 42번가 역에서 시민들은 늘 비보이(b-boy)들의 공연과 만납니다②. 이들의 행위는 자유로운 대중문화의 중심지 브로드웨이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뉴욕 지하철은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하는 예술가, 공연 정보를 제공하는 등 체계적 관리와 홍보를 통해 대중 공연 예술가의 등용문 역할을 합니다. 낙후된 지하철 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런던의 코벤트 가든은 각종 공연장과 극장이 밀집한 문화중심 지구로 각양각색의 거리공연이 펼쳐집니다③.

공연에 앞서 시민들은 질서 있게 자리를 잡고, 앞 열의 사람들은 자세를 낮추어 뒷사람에 대해 배려합니다. 공연자는 세심하게 준비된 도구와 분장, 열정적인 공연 매너로 시민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공연자와 관람자의 행태는 그 도시의 문화역량과 시민의식의 한 척도입니다. 양질의 공연을 위해 관리 주체, 예술가, 시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거리 공연이 도시의 품격과 활력을 높이는 요소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마다 체계적 관리와 지속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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