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무인도가 쑥대밭으로 … "방목 염소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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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모래언덕으로 이름난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에서 뱃길로 10분 거리에 있는 석황도에서는 8일 때 아닌 염소 생포작전이 벌어졌습니다. 석황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안에 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과 주민 20여 명은 그물을 치고 염소 14마리를 잡느라 온종일 진땀을 흘렸습니다. 직원들은 잡은 염소를 모두 주인 이모(41)씨에게 넘겼습니다. 이씨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석황도에 2004년 4월부터 염소 27마리를 방목했습니다. 이들 염소에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됐습니다. 섬에 염소들이 좋아하는 풀과 식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천적도 없어 염소는 왕성하게 번식했습니다. 이씨는 겨울철마다 불어난 염소 중 20여 마리씩 내다 팔아 연간 500여만원의 짭짤한 소득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염소가 불어날수록 섬이 황폐해져 간다는 점입니다. 염소들은 봄철에 자생식물의 새싹을 뜯어먹습니다.

겨울에는 나무 껍질을 갉아먹습니다. 염소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풀이 나지 않는 지역이 늘었고 배설물로 인해 섬 곳곳에서 역겨운 냄새가 풍겼습니다. 멋진 풍광의 해상국립공원이 점차 파괴됐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염소 '퇴출'을 결정했습니다. 이씨도 염소 제거에 협조했습니다.

현재 신안과 진도 일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서부 지역 159곳의 무인도에만 염소 800여 마리가 방목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앞으로 염소를 모두 주인에게 넘길 계획입니다. 이미 신안군 주민들과 '국립공원 방목 가축 포획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공단 측은 2010년께가 되면 서남해 무인도에서는 염소가 모두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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