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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저 위가 더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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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 각하! 이 기사 보고 중소기업체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또 눈물 한번 흘리시는 게 어떨까요?."(jaedy2103)

"탄탄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의 제조업 공동화는 심각한 문제다…."(allegria)

본지 12월 24일자 종합 1면과 3면의 '법대로 하다가는 구멍가게도 못 꾸려'기사에 대한 독자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이날 아침 기자가 가장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던 것은 기사의 주인공 최두호 사장이었다.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였다.

힘없는 목소리로 "왜 관계 공무원의 설명을 좀더 자세히 써주지 않았느냐"고 했다.'현장의 목소리로 기업의 어려움을 전달하려 한다'는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崔사장의 마음을 내내 불편하게 한 것은 '이웃 기업과 담당 공무원들이 혹시 받을지도 모를 불이익'이었다. 崔사장 이웃 기업의 한 임원은 취재가 끝날 무렵 "이 기사 없던 것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崔사장의 불법건축물 등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법상 어쩔 수 없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불합리한 법규를 고쳐야 한다고 몇 번 건의했지만 아무 변화가 없는 저 위가 더 문제"라는 한 공무원의 말처럼 기업환경 개선은 일선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종 법규를 정비하고 인력 수급을 맞춰주는 등 정부 전체가 나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법대로 하다가는 구멍가게도 못 꾸린다'는 崔사장의 말은 '법 지키지 말고 사업하자'는 뜻이 아니라 '법을 지키면서도 사업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취재를 하며 정부가 천명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공허하게 들렸다.

기업인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공장은 중국 등지로 옮겨가 제조업 공동화가 깊어지는 현장을 느꼈기 때문이다.

염태정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