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대선구도… 「국면」활용 분주/TJ탈당 민주­국민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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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당태동 추이 주시… 노심향방에 촉각 민주/탈당세력 흡수 기대… 성급한 대응 자제 국민
민주·국민당은 민자당내분과 신당추진의 가속화정세가 몰고올 여러 파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보다 유리한 국면조성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김대중민주당대표는 스스로 표현한 정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민자당 분열로 인한 반사이득을 착실히 담으려 하고 있다.
그는 『정국의 일대 소용돌이속에 노 대통령의 중립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노심」을 중간에 묶어두는 한편 소위 곡절은 있어도 당선은 된다는 김영삼민자당총재의 대세론이 결정타를 맞았음을 확인하려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김영삼­박태준담판」결렬이후 있은 진주목회자 간담회(10일 저녁)에서 양김구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와 김 총재는 성만같지 정치적 위상과 정책은 확연히 다르다』고 예의 차별성을 재강조했다. 이 발언과 관련,핵심당직자는 『민자당사태를 기존 보수세력의 재편측면에서 파악하고 있으나 양김대결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의 타성적 접근이 아닌 입체적 대응을 하겠다는 표시』라고 해석했다.
그는 『밀실담판으로 명성을 이어간 YS의 대세론이 꺾였음을 우선 분명히 하고 다음대응을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상황의 급박함과 유동성을 의식,김 대표는 우선 「정치안정의 받침대 역할론」을 내놓고 신당태동추이,노심의 향방을 추적하겠다는 자세다.
김 대표는 『정국혼돈양상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우리당의 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당의 단결로 정치안정을 주도하겠다』고 자임하고 있다.
이는 박태준최고위원의 탈당이 신당결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고 그런 상황전개를 염두에 둔 대응의 첫 수순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태준그룹과 이종찬그룹이 잘 엮어지면 정주영국민당대표도 여기에 접근할 것이며 국회국정감사(15일부터 10일간) 동안 신당규모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 대표가 『정계의 큰 변화속에는 국민당도 포함될 것』이라고 한 것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이해찬기획실장은 『기존 보수세력이 YS를 배제한 새로운 보수연합구도를 짜려는 것』이라며 『이들 세력이 조직과 자금력을 갖췄다고 볼때 누구를 대통령후보로 세우느냐가 핵심변수』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신당이 양김후보에 버금가는 후보를 내세우고 등장했을때 대선양상에 미칠 영향력을 여러 각도에서 점검하면서 만약 노 대통령이 신당 프로그램을 밀어줄 때 생길 대선구도의 변화를 걱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소위 노심이 정치의 이합집산에 영향을 줄 일을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는 노 대통령과 신당그룹의 물밑 제휴가능성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핵심참모는 『노 대통령이 9·18선언에서 이탈하는 것은 정치적 실익이 없기 때문에 그런 모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노 대통령은 각당과 등거리 관계로 조정자의 위상을 즐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부지역당사건」에 김 대표의 비서가 관련된 것을 정부쪽에서 슬슬 부풀리고 있다고 보고 이것이 민자당 탈당사태와 어떤 연관이 있지 않나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의 침묵에서 벗어나 『간첩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반공의 허술함에 대해 노 대통령과 김영삼총재는 사과해야 한다』(11일 당원단합대회)고 치고 나왔는데 이는 노심에 대한 응수타진의 측면이 있다.
○…국민당도 새로운 정국상황에 상당한 기대를 걸면서도 오히려 탈당 이전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주영대표는 박태준최고위원의 민자당탈당에 대해 『우리당은 운수대통했다』며 『박 위원 탈당에 같이 움직일 세력은 박철언의원 등 TK세력일 것이며 11일께가 돼야 여러가지 상황이 정리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당과의 관계는 그때가야 얘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12일 아침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현재로서는 상황이 유동적이기에 한마디씩 했다가 크게 얻을 것을 조금밖에 못얻을 수도 있다』며 『성급한 대응을 자제하고 좀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지시는 최근 「범여통합」이나 「내각제」를 얘기해온 당직자들에 대한 함구령인 동시에 『어차피 우리쪽으로 모인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해석이다.
정 대표는 『박 최고위원이 당을 만든다면 창당은 쉽게 하겠지만 대권후보가 되려는 사람이 많아 후보단일화는 어려울 것이며,강영훈 전 총리같은 사람은 후보로 안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당은 이에 따라 『정 대표가 후보를 사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역설한다.
실제로 김동길·양순식최고위원과 정몽준의원 등이 민자당내외의 민정계 의원들과 막후접촉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 대표 후보사퇴불가」라는 입장고수로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국민당내 일부당직자들은 반양김세력 결집을 위한 정 대표의 「양보」를 주장하고 있으나 정 대표는 「모르는 소리」「음해」라고 일축하고 있다.
당직자들은 박 최고위원 등 민정계와의 연계에 대해 『현재는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단계지만 곧 결정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대표가 확신하는 「11월 세몰이」,즉 신당세력의 흡수를 위해 접촉을 보다 적극화할 것이다.<박보균·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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