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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사력 감시하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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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 보고서는 미국이 자국보다 약한 중국의 군사력을 진단한 것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잘못이다. 주권국가인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지난 수년간 다른 나라들을 거칠게 다뤄왔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자신의 방어 능력을 기르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무기체계와 전략을 분석한 결과 베이징은 다른 지역 분쟁에 개입할 능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안보 전략이 대만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할 말이 있다. 군사 예산부터 살펴보자. 워싱턴은 중국이 연 450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한다는 보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 국방부의 보고서는 중국의 실질적 군사비 지출이 900억~1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양국은 우선 군사비에 관한 정의부터 엇갈린다. 미국 군사비는 제대 군인의 사회 복귀를 위한 비용도 포함한다. 중국에서는 그 비용을 민간에서 대고 있다. 반대로 우주 탐사 비용을 중국은 군사비 지출로 계산하지만,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을 군사 분야로 치지 않는다.

미국의 시장경제 전통은 무기 개발 분야에서도 경쟁을 요구한다. 통상 둘 이상의 입찰자가 있다는 것은 정부가 그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더 많은 자원을 나눠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군사력 연구개발 업무 수행에 대개 하나의 단위만 지정한다. 미국의 사고방식으로는 그렇게 적은 비용을 들여 그렇게 많은 것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 것이다.

군사비 지출에 관한 정의가 설령 같다 하더라도 양국 군사비 자체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중국은 현재로서는 미국에 군사적으로 위협을 줄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의 무장 군인 숫자의 두 배가 채 안 되는 병력과 6분의 1에 불과한 예산으로 미국 인구의 네 배가 넘는 국민을 지키고, 여러 민족이 녹아 있는 국가의 매우 긴 국경선을 방어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이 격려해야 할 나라이지 감시 대상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을 간섭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가끔 감시를 받아야 한다. 적절한 군사 능력을 키워 남의 간섭과 위협을 피하는 것은 중국의 권리다.

미 국방부 보고서는 또 "중국의 군사적 확장은 동아시아의 군사력 균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중국의 전략 수행능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서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세계적 방위능력과 장거리 미사일, 특히 대양을 관장할 해군력을 지니도록 중국이 부상하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워싱턴처럼 남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나라도 타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자신의 방어 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막강한 군사력을 더욱 늘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합법적 이익을 침범하는 것이다.

중국은 해외의 경쟁자들이 계속 간섭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때까지 군사력을 늘려야 한다. 미국이 간섭을 단념하도록 하기에 충분한 군사력을 중국이 지닌다면 워싱턴은 그러한 보고서를 내놓지 않을 것이다. 합법적인 권리에 간섭하고자 하는 다른 나라의 관심을 줄이기 위해 중국은 자신의 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선 딩 리 중국 푸단대 미국학 연구소장

정리=유광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