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의
1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2만~4만원. 02-580-1300.
이처럼 학구적이고 열정적인 이씨가 이번에는 사람 냄새 짙은 무대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예순을 넘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무대다. 피아노와 함께한 50여 년의 세월을 크게 둘로 나눴다.
'대화 1945~1984'라는 부제를 단 지난달 19일 연주회에서 이씨는 마이크를 들고 10~30대 시절의 이야기와 음악을 편안하게 풀어놨다. 꼬마 피아니스트 시절로 돌아가 '피아노 명곡집'에 나오는 '소녀의 기도'와 소나티네를 연주하며 한 곡 한 곡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지에서 참가한 첫 콩쿠르에서 바흐의 인벤션을 연주한 일과 전쟁통에 악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사연 등이 재미를 더했다.
공연이 열리는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은 350석 규모.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좁아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번 달 공연은 40대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다. 늦둥이로 얻은 딸 김규연(22)씨는 엄마를 닮아 심지 굳은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고 있다. 모녀가 피아노 한 대에 같이 앉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씨가 수십 년째 음악을 붙들 수 있게 한 힘이 가족에 대한 사랑임을 보여 주는 무대가 될 듯하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