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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2 신도시 토지보상비 6조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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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산 105번지. 한 시간에 딱 한 대밖에 없는 마을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곳이다. 그런데 이 마을 야산 기슭에 한 달 새 수십 채의 점포들이 들어섰다. 스키장이 없는데도 생겨난 스키대여점, 고작 수십 권의 책만 꽂혀 있는 서점, 그리고 옷이 없는 옷가게…. 한 점포에 간판만 두 개 내건 가게도 눈에 띈다.

6일 동탄2 신도시 예정지의 풍경이다.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신도시 상가 딱지를 노린 유령상가들"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단속반이 들락거리지만 가건물 형태의 점포들은 태연히 늘고 있다. 정부가 이곳에 명품신도시 건설을 공언했지만 걸림돌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총사업비 14조원=토지보상금을 노린 투기꾼들이 설치면서 동탄2 신도시의 토지보상비는 신도시 중 최대인 6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사업비는 14조원대로 추산된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정부가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800만원대로 발표했지만 토지 보상비가 높아지면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분양가는 입주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짓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막아야 한다.

택지나 상가용지 분양권을 노린 신도시 투기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더 많은 보상금을 타내기 위해 유령상가를 세우거나 논밭에 값비싼 과실수를 심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돼 버렸다. 1월 광주광역시 세하 택지개발지구는 온갖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아예 개발지구 지정 자체를 철회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현행 제도로는 일단 건축허가만 받으면 유령상가라도 보상받을 수 있어 투기꾼들에겐 땅 짚고 헤엄치기"라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투기 목적이 분명하면 철거비용을 투기꾼에게 부담시키는 등 손해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족 신도시의 장애물, 수도권 규제=분당 신도시 공동 설계책임자로 참여했던 온영태 경희대 교수는 "동탄신도시의 성공 여부는 일자리 창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서울 도심에서 50㎞ 떨어진 동탄이 베드타운으로 변질되면 교통체증 등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온 교수는 "자족도시의 기본 조건인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하려면 수도권 규제를 과감하게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삼성전자.CJ 등이 생산시설과 연구소를 신청했으나 대기업 수도권 규제에 묶여 투자를 포기했다.

이상대 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정책팀장도 "동탄이 서울의 기능을 일부 흡수하려면 100만 평으로 예정된 동탄신도시 비즈니스 단지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목 잡는 교육정책=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유명 학원을 유치하겠다는 게 건교부와 경기도의 복안이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다. 기존의 동탄1 신도시에서도 지자체와 주민들이 외국어고 설립을 희망했지만 관할 교육청이 반대했다. 수원에 외국어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시범단지(6500가구)에 이어 6400여 가구가 추가로 입주하는 동탄1 신도시에는 현재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고등학교 각각 1곳이 개교한 상태다. 하지만 40~50대 입주민들이 많아 고교가 턱없이 모자란다. 입주민들 가운데 아예 고교생 자녀를 수원.평택 등 1~2시간 거리의 인접 도시로 통학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 관련 규제를 풀어 특목고와 학원 타운을 조성하는 등 교육 시스템을 끌어올리는 것이 신도시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교통대책=정부가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서종대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내년 2월 광역교통개선대책을 통해 동탄의 교통여건을 분당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고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제2 경부고속도로, 수원.동탄.오산을 잇는 광역 전철망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서울~동탄의 제2 경부고속도로 40여㎞ 신설에만 토지수용비를 포함해 4조원이나 들어간다.

동탄1지구의 경우 신도시 입주에 맞춰 수원.병점.경부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 7곳을 개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토지 보상 난항으로 현재 개통된 도로는 겨우 네 곳. 이로 인해 출퇴근 시간에 30분 거리인 경부고속도로 동탄~서초 구간은 1시간 반을 넘기기 일쑤다.

◆분양가 상한제도 걸림돌=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간 동탄1지구에는 비교적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동탄2 신도시는 건축비 절감을 위해 단조로운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성냥갑 형태의 아파트를 피하려면 분양가 상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아파트 비중을 줄이고 단독주택이나 단지형 연립주택(타운하우스)을 많이 지어야 도시미관이 좋아지고 주거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국민임대주택이나 소형평수 의무건축비율 등 도시공간을 획일화하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조철현.박혜민 기자, 동탄=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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