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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원스톱 서비스' 로 쑥쑥 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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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지금 여의도 면적 크기의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북안칸 스타월드'로 불리는 이 거대 신도시 프로젝트는 지난해 설계를 마치고 올 4월 착공했다. 이 도시의 마스터플랜을 한국의 중견 기업인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1978년 창립한 선진엔지니어링은 건축과 도시계획.토목.조경.도로.환경.수자원.건설관리(CM).감리 등 건축과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이 회사 김동주(53.사진) 대표는 "원스톱 토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설계 전문회사"라고 자랑한다. 한 회사가 건축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보안 관련 건물'도 많이 지었다. 아무래도 보안을 중시하는 건축주 입장에서 여러 회사에 일감을 나눠 맡기는 것보다 한 회사에 주는 게 보안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보안 관련 프로젝트를 할 때는 회사 내에 따로 통제구역과 별도 팀을 만들 정도로 신경을 쓴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는 설계도와 관련 서류를 쓰레기 매립장에 가져가 하루 종일 태운다. 선진엔지니어링 측은 자사가 설계.감리를 맡은 보안시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관련 시설이 그들의 손을 거쳤음을 내비쳤다.

물론 보안 관련 시설 이외의 굵직한 국내 프로젝트도 많이 했다. 건축 분야에서는 우리은행 본점, 충주칠금 무술 테마파크 등을, 국토 분야에선 가리봉 균형발전촉진지구와 아산배방 신도시 등을 수행했다. 조경 분야는 평화의 공원과 시화호 갈대 습지 공원, 포항 컨트리클럽 등을, 토목분야에선 서울 외곽순환 도로, 부산~대구간 고속도로 등을 설계했다. 특히 선진엔지니어링이 설계와 감리를 맡은 수도권 매립지(김포쓰레기매립장)는 이 회사의 자랑거리다. 한국에 오는 외국 환경분야 정부 관계자들이 꼭 '순례'하는 코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선진엔지니어링은 규모로 보면 국내 업계 6위 정도지만 해외 사업은 매우 활발하다.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주목해 80년대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리비아 등 중동에 진출했다. 국내 시공회사들의 해외 진출은 많지만 건축 관련 용역회사들의 해외 진출은 드물다.

2004년에는 국내 설계회사로는 최초로 베트남에 '선진베트남 합영회사'를 설립했다. 이미 베트남 한 곳에서만 30여 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끝냈거나 진행 중이다. 그 중에는 이미 완공된 베트남 문화부 청사와 현재 설계가 끝난 체신부청사와 같이 외국 회사가 참여하기 쉽지 않은 관공서 프로젝트도 여럿 포함돼 있다. 올해는 카자흐스탄에 지사를 세웠고 7~8월쯤 캄보디아에도 지사를 낸다.

이 회사가 3년 전부터 해외사업에 더 주력하게 된 것은 국내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도로망이 잘 갖춰져 토목 분야는 시들해졌고, 법과 정책이 자주 바뀌다 보니 건축 경기도 썰렁하다. 게다가 업계의 과당 경쟁 때문에 시공 분야에 비해 설계 전문가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설계비는 공사비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선진엔지니어링은 조경.레저.도시계획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해외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미 매립장과 소각장 등 환경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다. 김 대표는 해외 진출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언어 장벽을 들었다. 이젠 기술력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는 "해외에 나가 도면만 그리는 게 아니라 현지 인력을 리드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영어권인 인도 설계회사가 두바이의 큰 프로젝트를 휩쓸고 있는 것도 결국 영어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615억원, 올해는 748억원이 목표다. 회사 측은 "용역 회사이기 때문에 일반 제조기업과 매출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선진엔지니어링을 거쳐 95년에 디자인그룹 종합건축사사무소 신원건축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2004년 다시 친정으로 복귀해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 제주도 녹차박물관을 꼽았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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