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들 또 모금/시민들 거스름돈 사양… 훈훈한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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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투병 서울대생 돕기 2차 자선 구두닦기/관악 미화녹지회
간경화로 서울대병원에서 넉달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서울대생 유성환군(23·신문3)의 수술비 마련에 앞장서 팔을 걷어붙였던 관악구 미화원 모임인 관악미화 녹지회원들이 5일 관악구청 안에 자리를 마련,2일에 이어 또 한차례 「사랑의 구두닦기」운동을 벌였다.
『누군가 나서서 유군을 도와주리라 은근히 믿었는데 넉달째 선뜻 나서는 독지가·자선단체가 없어 내친김에 우리가 구두닦아 번 돈을 하루 더 내놓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관악 미화녹지회원 52명이 관악구 45곳의 구두닦이 노점에서 「유군 살리기」모금운동을 벌였다는 소식이 중앙일보에 보도되자 관악경찰서가 3일 오후 전직원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벌인데 이어 관악구청도 구청안에 구두닦기 장소를 마련해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박형석구청장과 간부·직원들이 앞다투어 미화원들에게 구두를 내밀었고 구청을 찾은 시민들도 구두 한켤레 닦고 1만원을 내놓으면서 거스름돈을 극구 사양하는 등 가슴 뭉클한 정경을 연출했다.
이날 이상배서울시장과 김효은서울경찰장도 각각 금일봉을 내놓았다.
관악미화녹지회(회장 곽중호·37)는 유군 살리기 모금운동 외에도 그동안 무의탁 노인 9명과 소년 소녀가장 3명 등 모두 12명에게 매월 1인당 5만원씩을 몰래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해 5월 처음 벌인 제1회 「사랑의 구두닦기」운동에서 모은 1백10만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30여차례에 걸쳐 7백여만원을 관악구청 가정복지과를 통해 무의탁 노인과 소년 소녀가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구두약 냄새로 두통을 앓으면서 벌어들인 적은 수입에서 1인당 매월 1만3천원씩 꼬박꼬박 떼어내 모은 60만원 전액을 무의탁 노인 등 12명에게 5만원씩 생활비로 지급하고 있지만 생색내지 않겠다는 생각에 한번도 수혜자를 만난 적이 없다.
관악구청으로부터 『미화원 아저씨들이 줬다』는 장학금과 함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월 5만원씩의 생활비를 지급받아 올해 방송통신대에 진학할 수 있었던 소녀가장 염모양(19·서울 봉천2동)의 경우 매월 5만원씩의 생활비 수혜가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는 동생(17·여)에게 이어지게 돼 회원들에게 큰 보람이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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