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선거방송 꼭 이룩돼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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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송위원회가 「선거방송에 관한 기준안」을 마련한 것은 선거때마다 말썽이 돼왔던 방송의 공정성시비를 없애보겠다는 취지라고 짐작된다.
그동안 방송은 선거를 비롯한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야당이나 재야단체에 의해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고,한때는 국민들로부터 시청료납부 거부라는 집단적인 저항을 받기까지한 전례가 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선거를 3개월도 못남겨둔 이 시점에서 방송의 운용과 편성의 기본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하게 되어있는 방송위가 「공정방송을 위한 기준안」을 마련하게까지된 사정과 고충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기준안의 내용에 대해선 야당들로부터 편파와 악용의 소지가 없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 기준안의 내용을 보면 선거방송에서 후보별로 동등한 시간배정을 원칙으로 하되,순수한 뉴스보도의 경우는 방송사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후보자 소속정당의 의석수나 후보자의 정치적 비중을 고려하여 방송사가 방송시간 배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우리는 모든 후보에 대한 뉴스보도의 시간량을 산술 평균적으로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것을 형평에 맞는 처사로 보지 않는다. 원내 제1정당과 군소정당,또는 무소속 후보에 대한 뉴스시간 배분이 균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보도시간을 정당의 비중에 따라 차등을 두도록 명문화하는 것은 편파방송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공감이 간다. 이러한 기준조항을 빌미로 해서 특정정당에 집중적으로 방송시간이 할애돼 특정정당의 후보에 특히 유리하게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준안은 또 선거와 관련된 토론·대담·연설·논평프로그램도 방송사의 사정상 동등한 기회가 불가능할 경우 역시 정당의 의석수와 후보자의 정치적 비중을 고려해서 방송사가 경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 또한 합리적인 기준이긴 하나 편파를 인정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이처럼 형식상으로는 기준안의 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악용의 소지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방송의 불공정 시비라는 지난날의 전례와 선입견에 기인하는 것이다. 방송 종사자들은 방송에 대한 이런 불신과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이번 선거방송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수행할 것을 당부한다.
방송의 편성과 제작은 방송종사자들의 양식과 양심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선거방송이라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선거방송을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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