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컴퓨터화 문화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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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컴퓨터게임이 이 땅에 들어온지는 겨우 10여년. 그러나 이것처럼 맹렬한 기세로 번져가고 있는 오락도 없을 것이다. 컴퓨터 오락실에 가보면 항상 청소년들로 북적대고 있다. 그중에는 백원까리 동전 한닢만으로 몇시간을 즐길수 있는 게임의 귀재들도 볼 수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컴퓨터게임에는 단순한 것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생리에 맞게 변화무쌍한 줄거리와 스피드·스릴이 가득 담겨있다. 여기에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참여문화의 속성까지도 시원하게 반영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치고받고 싸우는 아케이드게임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일본에서는 이미 어드벤처, 롤 플레잉, 시뮬레이션같은 지능적인 게임쪽으로 유행이 바뀌었다.
집에서 보는 게임 SW(소프트웨어)는 PC(개인용 컴퓨터)에 넣어 보는 것과 게임전용기에 꼽아 TV화면으로 보는 홈비디오가 있다. 오락실에 있는 대형 게임기는 보다 사실감 넘치는 기능을 두루 갖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SW의 80%이상이 미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또 매년 30%씩 더 팔려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게임 SW는 비윤리적·폭력적인 내용이 많고 일본 것은 일본 문화요소가 틈틈이 담겨 있어 일본문화의 세계보급을 실속있게 하고 있다. 몇년 전에는 우리나라 거북선을 두드려 부수는 임진왜란 프로그램이 일본에서 들어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런 게임에 푹 빠져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지금 엄청나게 늘고 있다. 홈비디오 게임기만 1백10만대가 팔려 나갔으니 여기에 PC소유자와 오락실에 매달려 사는 사람을 합하면 컴퓨터게임인구는 수백만명이 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의 게임SW 대다수가 수입품 아니면 불법 복제품들로 가득차 있다. 호기심 많고 감각적 수용력이 심한 우리 청소년의 의식세계는 지금 문화오염의 위험앞에 거의 무방비상태로 놓여 있는 형편이다.
컴퓨터 문화는 젊은 세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성숙해 가는 젊은 문화다. 이제 건전 게임문화가 피어날 수 있도록 전통 한국문화의 얼이 담긴 국산 SW를 적극적으로 육성, 보급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영화수입이나 억제하면 문화오염을 막는 일이 끝난 줄로만 알고 있다. 백석기<한국정보문화센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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