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프로야구<4·끝>|구단마다 무사안일…경기발전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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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후반기 들어 심한 무력감에 빠져 행정부재 상태에 있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날로 높아만 가고 있는데 인기를 뒷받침해줄 행정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안팎의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KB0 관계자들은 주위의 따가운 비판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불평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양대리그 분할문제나 전용구장문제, 그리고 신인드래프트 등에 대해 KBO는 이미 오래전에 기본골격을 만들어 놓았으나 구단측의 반대로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KB0는 막강한 배경(?)을 지닌 서종철(서종철)총재의 영향력으로 프로야구행정을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회분위기가 바뀌면서 구단측의 입김이 강해지기 시작, 8개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실행이사회의가 프로야구 행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게된 것이다.
이 때문에 KBO는 각 구단의 하부구조쯤으로 전락, 실행이사회의 결의를 착실하게 실행에옮기는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게 됐다.
더욱이 총재와 총장이 8개구단 구단주회의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KBO의 위상은 출발초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따라서 프로야구 행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마땅히 8개구단 사장(실행이사)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KBO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양대리그의 분할문제도 그렇다.
8개 구단은 이구동성으로 현재의 단일 페넌트레이스에 이은 4강제도가 관중동원에 성공했다는 평가아래 당분간이 제도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야구인들은 4강제도가 원천적으로 스포츠정신에 어긋나고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어 하루속히 양대리그로 나눠 각 리그의 승자끼리 최종패권을 가리는 진정한 「승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KBO 행정책임자들도 야구인들과 생각이 같아 이미 양대리그에 대비한 안을 짜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프로야구는 내년부터 양대리그로 나눠질 전망은 흐리다.
각 구단 사장들은 양대리그로 나뉠 경우 관중이 줄어 들까봐 걱정이다. 또 현 제도하에서는 4위안에만 들어도 적당치 체면을 세울 수 있으나 양대 리그에서는 2위가 돼도 책임 추궁을 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단사장들은 골치 아픈(?)변화를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
구단과 야구인, 구단과 KBO의 생각이 이렇듯 엇갈리고 있으니 야구행정이 야구팬의 열기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KBO는 최근 총재자문기관으로 정책심의위원회와 사업위원회를 설치, 앞으로 야구발전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은바 있다.
그러나 양 위원회에서는 구단측과 야구인들의 생각이 정반대로 나타나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했다. 양대리그 분할에서는 구단측이 현행제도의 계속을 주장했고, 야구인들은 리그분할을 외쳐댔다. 또 신인(고졸)스카우트도 구단측은 지역연고제를 앞세워 숫자만 다소 제한하자고 했고, 야구인들은 프로야구발전을 위해 전면 드래프트(추첨)로 하자고 했다.
이밖에 2군 운영문제·전용구장문제 등에서도 의견은 너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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