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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일선행정의 실무 주춧돌(공무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각 기관 하부조직 신경중추 역할/업무따라 파워 막강… 「관」승진이 꿈
전국 26만여 공무원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주춧돌,그건 바로 행정실무를 맡고 있는 주사(6급)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행정을 일컬어 「주사행정」이라 할만큼 실무에서 주사들의 끗발이 셌다. 80년대초 내무부에서는 모도지사가 장관에게 지역숙원사업의 지원을 요청하기전에 담당주사집에 작은 선물꾸러미를 안고 찾아가 미리 재가(?)를 받았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최근들어 중앙부처에서는 그 빛이 다소 바래기는 했지만 시청·구청·읍·면·국세청·검찰 등에서 대민업무를 맡고 있는 주사들은 여전히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의 일선세무서 주사는 세목별로 조사반장을 맡아 현지조사를 총괄지휘하는 핵심직급으로 납세자들에게는 범처럼 두려운 존재. 또 노동부의 경우 지방노동청·사무소에서는 사법경찰권을 갖는 「근로감독관」으로 노사분규의 조정 등 각종 법집행 업무를 맡고 있다.
시·군 등 지방행정기관에서는 계장직으로,중앙부처에서는 하부조직의 신경중추에 해당하는 직급으로 공무원사회의 수레바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주사들중에는 이른바 명물로 알려진 인물도 적지않다.
서울시 관재과 이종욱주임(56)은 주사경력 12년으로 별명이 「따블도시락」. 7년전 현직에 발령받은뒤 하루에 도시락을 2개씩 싸가지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지적관리 토지대장정리 등을 도맡다시피 해 청백봉사상을 타기도 했다.
서울지방노동청 주사 김학준씨(59)는 18년간 부당해고·밀린 임금청산 등 민원을 2천7백여건이나 처리한 베테랑 근로감독관으로 「분규조정의 마술사」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중대한 몫을 하고 있는 주사들이 전체공무원중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약 23%로 모두 5만8천여명이며 주사보(7급)에서 줄잡아 6년이상 근무한뒤 승진했다.
7급 행정직의 모집경쟁률은 지난해 3백명 모집에 1만4천여명이 몰려 48대 1로 최고 1백대 1 이상을 기록했던 80년대말 보다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합격자 학력은 83년까지만 해도 고졸자가 45∼50% 정도였으나 지난해는 대학원 졸업자 12명,4년제대학출신 2백66명 등이고 고졸자는 5%(15명)에 그쳐 「행정주사 고학력시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사출신으로 장관직에 오른 사람으로는 김종호(내무)·정종택(농수산)·손재식(통일원)씨 등을 꼽을 수 있고 지방장관인 도지사에 오른 사람은 이판석 현경북도지사·한석룡 현강원지사·김수학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장·임사빈 민자당의원 등이며 추경석국세청장(57)도 주사출신이다.
그러나 모두 이들처럼 관료제의 사다리를 탈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이들의 사기앙양을 위해 「필수실무요원 지정제도」를 86년부터 운영,48세이상 53세미만의 6급 공무원으로 10년이상 재직하고 승진을 포기한 사람들을 「필수실무요원」으로 지정(현재 1천5백80명)해 매달 10만원의 정려수당을 주고 있다. 또 국세청은 7월부터 「총괄세무조사관」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붙여 나름대로 대우하고 있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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