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력 결속으로 조기수습/민자,노 대통령 탈당 충격 벗어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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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심스레 「노심」 살피며 파문막기 온힘/“찬밥 의식” 민정계 의원 연대이탈에 촉각
노태우대통령의 탈당선언직후 호떡집에 불난 격으로 우왕좌왕하던 민자당이 21일 오전 당무회의를 계기로 당내결속을 통한 조기 수습쪽으로 줄기를 잡아가고 있다.
선언초기만해도 노 대통령의 진의를 몰라 허둥댔으나 소계파별 모임이나 삼삼오오 정보교환끝에 이제야말로 결속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밑에서 별볼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부의 이탈은 불가피해보인다. 야당측이 고도의 심리전을 개시하고 이종찬의원 등 신당추진파의 활발한 움직임도 눈에 띄기 시작해 이들이 행동화하면 민자당이 적잖은 시련을 겪을 가능성은 있다.
○…민자당 지도부는 21일 오전 의원·지구당위원장 회의를 가지려 했으나 파열음발생의 우려도 있고 해 대신 중진모임인 당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삼총재·김종필대표·박태준최고위원 등은 「다양한 속마음」은 덮어두고 대선단합의지를 모으는데 입을 모았다.
당무위원들은 「노 대통령 탈당」배경과 노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표정이면서도 대체적으로 이 사태가 당단합을 해치거나 대선득표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의견들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당수뇌부와 당4역,최창윤총재비서실장·박희태대변인 등은 20일 오후 노 대통령의 유엔방문 출영식에 참석한후 시내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심각한 분위기속에서 1시간 넘게 회의를 가졌다.
박 최고위원은 민정계 관리자로서 사태진전과정의 문제점과 자신의 어려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는 일부 민정계의원들의 동요움직임을 우회적으로 거론하면서 『박 최고위원이 매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을 이해하며 당과 나라를 위해 박 최고위원의 역할이 중차대하다』고 「진중한 자제」를 당부했다.
김종필대표는 『일단 당한 일인이상 왜 당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이 어려움을 견뎌나갈 수 있다』고 자신의 주부역할론을 거듭 천명했다.
○…사태발생직후인 18일 저녁부터 주말을 거쳐 21일까지 당내 여러 색깔의 소그룹들은 모임을 갖고 상황을 분석했다.
일부 소외세력을 빼놓고는 대개 『상황은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달리 대안이 없는만큼 YS대선승리를 위해 허리띠를 다시 잡아매야 한다』는 쪽으로 흐름을 잡았다는게 공통된 얘기다.
YS후보추대위에 몸담았던 신민주계 인사들은 김윤환 전 총장을 중심으로 20일 밤 호텔신라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김종호 정순덕 나웅배 정재철 금진호 김진재 이웅희 오세응 권해옥 신경식 김한규 박세직의원과 남재희 이치호 전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
참석자들은 민정계에 더 큰 허탈감이 있지만 동요로 발전되지 않도록 붙들어매야 하며 박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김윤환·이춘구·이한동의원 등 중진들이 각기 무게에 걸맞은 지분을 가지고 당력강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춘구의원은 김종인·안무혁·최병렬·남재두·김영진의원,김태호·조경목 전 의원 등과 의견교환 결과 당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한동의원도 20일 김영구사무총장,박재홍·김영진의원 등과 골프회동을 가졌는데 이들 그룹은 김 총재 보좌팀과 청와대비서진이 일을 매우 잘못 처리해왔다는 점은 강하게 지적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당수습·결속이라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수습·결속분위기속에서도 박철언의원 등 소외세력은 강한 톤으로 YS책임론을 개진하며 탈당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특히 이종찬·정호용·한영수의원 등 무소속그룹의 신당연합움직임이 가속화되고 빠르면 금주내로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민자당이탈세력과의 연대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만약 박 의원이 탈당을 결행하면 정 의원과 함께 대구·경북지방의 대선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도 있어 김 총재측은 이 부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9일 오전엔 이미 박 최고위원­박 의원 회동이 있었고 저녁엔 이자헌·김용환·조영장·박철언의원이 만났다. 또 노 대통령 탈당이전인 16일 저녁엔 이종찬·이자헌·박철언·김용환의원이 모였으며 15일 저녁엔 정호용·박철언의원이 단 둘이 대좌했었다.
이같은 회동은 일부 당사자들의 부인과 달리 신당연합가능성을 짙게풍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김용환의원은 『나는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밝혀 수위가 조금 낮고,이자헌의원은 거취문제에 대해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우리가 왜 하루아침에 집권당위치를 잃어버리게 됐는지 철저한 원인규명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YS측을 겨냥하고 있고 일부 소외그룹은 『노 대통령은 이왕 결정한 이상 당과의 결별을 밀고 나가야 하며 YS는 측근들에 따라 움직이다가 자충수를 두었다』고 공격하고 있다.
민자당 일부에서는 박철언의원이 신당추진세력과 손잡거나 김대중민주당대표측에 줄을 서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 그래봐야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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