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약효가 더 좋았다/한·일 증시대책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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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주가 급히 달았다 빨리 식어/주변 여건 안좋아 상승세에 한계
18일로 일본의 증시대책이 나온지 한달이 지났다. 비슷한 주가의 흐름을 보여온 한국·일본증시는 대책발표이후 오름세를 탔지만 요즘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상 최고치에 비해 절반아래로 떨어진 두 나라의 주가는 증시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에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책발표이후 오르기 시작한 동경의 주가는 9월10일까지 20여일간 오름세를 타다가 11일 급락하더니 금주들어 오르내리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대책발표후 최고치까진 32.1%가 올랐으며,17일 현재까진 26.6%가 올라있는 상태다.<그림참조>
한국증시는 대책발표(8월24일) 직전인 22일부터 오르기 시작했으나 9월3일까지 10여일 오르다가 계속 밀리고 있다. 대책발표후 최고치까진 22.8%올랐으며 17일 현재까진 16.2%상승해 있다.
한국에 비해 동경증시가 상대적으로 증시대책의 약발이 오래,세게 먹혔다. 바꿔 말하면 한국증시가 증시대책에 힘입어 더 빨리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의 경우 증시대책후 최고치를 보인 이후 17일까지 벌써 5.3%나 지수가 하락했다. 반면 동경증시의 하락률은 4.1%에 그쳐 상대적으로 내림폭이 적은 편이다.
8월18일에 나온 「금융행정의 당면운영방침」이란 일본의 증시부양책은 금융기관의 주식매각을 억제하고,금융기관 특히 은행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평가손을 9월의 중간결산에 반영하지 않고 내년 3월의 본결산으로 이월시키는 등 부실해진 일본은행의 형편을 돕는 쪽으로 이뤄졌다.
더구나 일본은 열흘 뒤인 8월28일 10조엔이 넘는 대규모 자금투입을 골자로 하는 경기종합대책을 발표,금융기관의 체질강화·경기부양까지 포함된 강력하고 종합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동경증시는 8월말 3개월만에 닛케이지수 1만8천엔대를 회복했다.
반면 우리의 증시대책은 은행,보험·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식매입여력을 늘려 주식수요기반을 확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 대책이 위축된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면서 주가의 오름세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아직 주변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지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제현상의 한 지표인 주가지수만을 생각해 모처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경제의 안정기조를 흔들 수 없다는 고민이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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