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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물가 강세 가계 "주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가족이 모두 서울에 살고 있어 우리 집은 끔찍한 귀성전쟁과는 상관없이 서울에서 조용히 추석을 준비하고 보냈다. 추석이라는 큰 명절답게 차례상 준비, 아이들 추석빔 마련, 친척들의 선물준비 등으로 일주일을 바쁘게 보냈다.
불경기의 여파인지 백화점 내 아동의류코너에는 정가매장보다 할인판매대에 엄마들이 많이 모여 아이들의 옷을 고르고 있었다.
나도 두 아이들 옷을 골랐는데, 일찍 찾아온 가을 탓인지 긴팔 옷이 괜히 무거워 보였다. 건강이 안 좋으신 시어머님께는 영양제를 사드렸고, 큰 댁에는 쇠고기와 제수비용을 보태 드렸다.
추석 일주일전쯤의 신문에서는 5인 가족 기준 차례비용이 8만3천8백원 들 것이라고 했지만, 성묘비용이라든지 식구들을 위한 별식준비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실제 지출은 그보다 상당히 커진다.
형님과 함께 장을 보러 나가보니 추석이 임박해서인지 전반적으로 상품 가격이 올라 있었다.
특히 동태가 세마리에 1만원썩이나 하는 바람에 5천원으로 대구 반 마리를 구입해 포를 떴다. 북어포 값도 생태의 어획량 감소 탓인지 작년만 해도 1마리에 1천2백원정도 하던 것이 2천5백원으로 값이 껑충 뛰었다. 또 일찍 찾아 온 추석 탓으로 햇과일 중 감은 아예 시장에서 찾아 볼 수도 없었고, 배는 좋은 것 1개에 3천원이나 하였다. 다만 8개든 곶감은 4천원 정도로 예년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중국산이 아닌가 싶었다.
나물류는 지난해보다 조금씩 오른 정도였다. 다만 장을 보면서 지나는 길에 물어본 배추값은 어김없이 엄청올라 있어, 추석 10일전쯤 두 포기 작은 한 묶음에 2 천 5백원하던 것이 3천5백∼4천원이었다. 장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식품류의 가격상승도 상승이려니와 중국산 농산물이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이번달 우리집 가계부를 살펴보면 교육비와 문화교제비 항목의 지출이 많이 늘었다. 큰 아이가 유아원에 들어가 3개월치 수업료와 입학금, 행사비가 포함되어 한달 평균 6만원정도의 교육비부담이 새로 생겼다. 문화교제비는 8월 중순경 시 할아버님 제사와 외할머님 팔순,동생 생일, 추석으로 지출의 규모가 많이 커졌다.
이번 흑자분으로는 지난달적자를 메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그쳤다. 내달은 사촌동생 결혼이 있고 또 김장양념 중 필수인 고추를 마련해야 하므로 목돈지출이 예상된다. 가계부를 매일 쓰면서, 항상 알뜰이란 단어를 생각하지만, 생각만으로는 힘든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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