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진출 외국기업들/이미지관리 강화/유력인사 접근서 방향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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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통반납」후 여론동향 신경
선경그룹의 제2이동통신 반납이후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려는 외국기업들의 국내진출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정치권과 행정부의 핵심인사에 대한 접근을 중요시해오다 점차 국민여론과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사업의 전망과 마키팅전략만을 따져오던 시장조사도 점차 자기회사에 대한 기업이미지 조사,새로 벌이려는 사업에 대한 여론조사로 발전돼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외국기업이 늘고 있다. 아무리 「든든한 배경」을 잡아도 이제 여론에 어긋나는 사업은 추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의 다국적기업들 사이에서 선경이 제2이동통신에서 실패한 것은 ▲선경의 사업참여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의식하지 않았고 ▲일방적인 광고는 했지만 대국민 설득 등 본격적인 홍보활동이 상대적으로 미흡했으며 ▲지나친 자신감으로 사전에 충분한 여론조사와 분석을 거치지 않아 적절한 시기선택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지난해 듀폰이 울산공단에서 공장을 지을때 「공해기업」이란 이미지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나 암웨이사가 피라미드 판매방식이라는 사회적 여론에 밀려 실패한 것도 외국기업들 사이에 「한국에서 기업이미지 관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전철·영종도 국제공항 건설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참가를 희망하는 외국업체들중 상당수가 최근 전문적인 조사기관에 은밀히 자신들의 이미지와 사업에 대한 여론조사를 맡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특히 대규모 사업이 시작될 경우 국민들 사이에 의혹의 대상이 되어 자칫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쪽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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