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역사심판」혼동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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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권중희<서울서대문구 북가좌 1동>
최근 전두환씨의 아들·며느리의 방문을 받은 김대중씨는『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정치보복은 없어야한다』고 했다. 그건 분명 전두환씨를 겨냥해 한 말로 이른바「뉴DJ」의 유화적 인상을 드러내기 위해 그랬으리라 여져지지만, 그는 이번 뿐 아니라 평소에도 늘 그런식으로 5공죄상을 얼버무려 왔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것도 같지만 그것이야말로「정치보복」「역사의심판」이 어떤 것인지 그 본질적 의미조차 모르는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정치보복이란 과거 자신을 박해했다고 해서 대의명분에 맞지않는 트집을 잡아 정치적 앙갚음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심판이란 특정인만이 아닌 전국민과 역사를 망가뜨린 반국민적·반역사적 범죄에 대한 국민적응징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전두환씨는 이른바 신군부의 정권장악을 총지휘한 핵심으로서 갖가지
크고 많은 5공비리와 참혹한 광주사태에 관련됐다.
그래서 그가 백담사에 쫓겨갈 땐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왕궁같은 그의 저택마저 국가에 헌납하겠다며 자못 참회하는듯한 기색으로 국민의 용서를 빌기도 했다.
그러나 입산하고나서의 태도나 헌납하겠다던 자택에 돌아와 그대로 눌러앉아 살면서 이때 껏 지내온 궤적을 살펴보면 그가 진실로 국민과 역사앞에 지은 죄를 뉘우치며 근신하고 있다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길 없다.
때문에 그는 어떤 명분과 논리로도 면죄받을 수 없고, 우리 국민 역시 용서할래야 할 수 없기에 반드시 국민과역사의 이름으로 응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모든 것을 얼버무려 놓은 상태에서 도덕과 양심을 들먹이며 화합·화해 운운한다는 것은 민의를 우롱하는 또다른 정치사기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서 김대중씨는 얼토당토 않게 정치보복은 없어야 한다며 가치관을 혼돈시키고 사회정의 마저 흐리려든단 말인가.
공인으로선, 더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참된 도덕성과 일관된 철학이 있어야 하고 확고한 원칙과 정의감도 겸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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