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오페라단 체질개선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서울 호텔소피텔에서 최근열린「한국오페라단의 오늘과 내일」세미나는 국내오페라계의 천태만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한국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인 예술의 전당 축제극장 개관기념공연참가단체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요란한 가운데 열려 더욱 관심을 모은 이 세미나 주최측은 전국 민간오페단 대표들로 구성된 한국민간오페라단장 협의회(회장 김봉임).
음악사상 유례없는 전국 민간오페라단 대표들의 이「심상치 않은 모임」에는 주제발표 및 토론에 나선 음악평론가·작곡가·성악가들 외에도 이수정문화부장관, 정회갑 한국음악협회 이사장,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강선영 예총회장등이 개회식 및 간담회에 참가해 문화예술계의 만만치 않은 관심을 반영했다.
「민간 오페라단의 실태와 문제점」을 발표한 김진수 국제오페라단장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한인오페라단을 포함한 29개 민간오페라단 가운데 4개 단체가 창단 10년이상인데 비해 12개 단체는 창단5년이하로 80년이래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가운데 정식오페라를 20회이상 공연한단체는 2개뿐이며, 5개 단체는 정식 오페라공연실적은 전혀 없는채 오페라 아리아공연등으로 명맥만 잇고 있다면서 역량에 비해「의욕과잉」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지적됐다.
「관이 주도하는 오페라단의 실태와 전망」을 발표한 이인영교수(서울대 )는『국립오페라단이 무성의하고 타성에 젖은 공연만 거듭하면서 인맥중심의 나눠먹기식 운영을 하고있으며, 서울시립오페라단은 외국전문가에 지나치게의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48년 국내최초의 오페라『춘회』가 공연된 이래 45년째를맞은 지금까지 초대권을 남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차라리 국·시립오페라단을 민영화하고 그 대신 의미있는 수준작을 공연하는 단체에 대해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오페라 발전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테너 임웅균씨는 국·시립오페라단의 독단적 운영을 막기 위한 합리적 운영자문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또 민간오페라단 이후 원금모금, 오페라축제 개최, 오페라 전문 교향악단 창단등에 공동보조를 취해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5년간 거의 모든 오페라공연을 지켜봤다는「국내 오페라사의 산증인」김형주씨(음악평론가)는 민간오페라단들이 국내 오페라운동을 주도해온데 비해 문예진흥기금 등을 통한 지원에서는 유독 소외돼 왔다』면서조명·음향·연출·무대제작등 오페라전문요원 양성과 오페라제작 비용지원등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세미나기간중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인 축제극장을 방문하고 강선영예총회장과 간담회를 가진 민간오페라단장협의회 관계자들은 ▲축제극장 운영자문기구에 민간오페라단협의회 대표를 참여시킬 것 ▲94년을「음악의 해」로 제정할 것 ▲향후 약5년간 오페라공연단체에 문예진흥기금을 지원할 것등을 제의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