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경협확대 “부푼 꿈”/옐친 방한·방일 무엇을 노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에는 영토문제로 기대 난망/가스전 개발·대러차관 재개 요구
13일부터 시작되는 보리스 옐천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방일 목적은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발전의 기틀을 다지는데 있으나 그보다는 러시아의 경제재건을 위한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을 보다 더 많이 획득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옐친대통령 및 러시아정부 관계자들은 방일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일본의 경제력이 한국보다 월등할뿐 아니라 일본만큼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과 러시아사이에는 쿠릴열도 남단의 4개섬을 둘러싼 영토분쟁이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관으로 남아있다.
현 일본의 집권층은 영토문제 해결이전에는 어떠한 경제협력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이고 옐친대통령은 경제원조를 영토문제와 연관시켜 해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옐친대통령 스스로도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러시아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일본이 러시아의 경제개혁과 민주개혁에 가장 협력하지 않는 방해만 하는 나라라고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양국간의 갈등으로 옐친대통령의 이번 일본방문에서 일본으로부터 대규모의 경제원조를 얻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옐친대통령은 한국방문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러시아측은 한국측이 옐친대통령의 체한기간중 시베리아 가스개발,연해주 한국공단건설,경협차관 재개문제를 마무리지으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측은 이러한 한국측의 관심사는 러시아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역으로 한국기업체의 민간차원 투자를 적극 독려해 줄 것을 한국측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옐친대통령의 체한시 21세기 프로젝트로 야쿠트 가스전 개발사업에 관해 합의하고 이자 미지급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경협 미집행분의 조속한 집행,한국 민간기업이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사할린 해상 가스전 개발사업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양국간 관계발전의 걸림돌로 남아있는 불행했던 과거사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측은 특히 이번 방한을 중국과의 수교이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한국의 대러시아관심을 고조시킬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KAL기 격추사건에 관한 새로운 자료와 한국전쟁에 관한 자료들을 전달하고 한국과 러시아간의 역사자료도 따로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또한 이번 방한을 계기로 체결될 「한­러 기본관계조약」을 기본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집단 다자간안보에 관한 러시아측 구상을 비롯한 한­러간 방산협력문제 등 다양한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중국이 한국과 수교함으로써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을 받았던 입장에서 벗어나 러시아가 앞으로 두개의 한국카드를 활용할 수 있음을 한국정부에 인식시키려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