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산 터널 공사 재개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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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반발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백지화를 약속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사패산 터널 건설이 공사 추진 쪽으로 극적인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22일 경남 합천 해인사를 찾은 盧대통령은 법전 조계종 종정을 만나 "지난 대선 당시 사패산 터널 백지화 공약을 했지만 대통령이 되고 보니까 공사 진척이 많이 돼 터널부분만 남아 있더라"며 "공론조사도 생각했는데 참뜻이 전달되지 않아 (공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어려운 사정이 있으니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불교계의 이해를 구했다.

이에 대해 법전 종정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어려운데 잘 이해하겠다"며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서 국정수행에 잘 협력해 주도록 하라"고 법장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지시했다.

배석했던 법장 총무원장은 법전 종정의 협력 지시를 받고 "대통령의 고뇌에 찬 뜻을 이해하겠다"며 "종정 스님의 말씀을 받들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 직후 문재인(文在寅)청와대 민정수석은 "시간이 너무 지체돼 공론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공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봐도 된다"고 윤태영(尹太瀛)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총무부장인 성관 스님도 "국책사업의 지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소진시키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할 것"이라며 "오늘 盧대통령의 발언을 그간 불교계가 요구했던 대통령의 사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4일 열리는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기존 노선대로 사패산 터널공사 재개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23일 盧대통령의 해인사 방문과 전격적인 종정.총무원장 면담은 문재인 민정수석이 불교계와 사전 협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산.천성산.금정산의 기존노선 백지화, 대안노선 검토'는 지난해 12월 초 당시 노무현 후보가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가 약속한 '불교계 10대 공약'의 첫째였다.

盧대통령과 종정의 이날 회동 결과에 대해 불교환경연대와 일반 시민단체들은 "청와대가 시민단체를 배제한 채 총무원하고만 협의하는 것은 국민적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최훈.박정호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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