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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국내외 의료뉴스] 사스·살인 독감…신종 바이러스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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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커버스토리로 2003년이 '건강의 해'였다고 선포했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파동이라는 암(暗)과 첨단 신약이란 명(明)이 함께 교차하는 등 유난히 보건의료 뉴스가 돋보인 해였다는 취지에서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국내외 보건의료 소식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항목별로 조망해본다.

*** 사스 사상자 속출

1981년 미국에서 에이즈라는 신종 전염병이 출현한 지 20여년 만에 인류는 사스라는 괴질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올 초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강타한 사스는 1천여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전문가들이 밝혀낸 원인 병원체는 코로나 바이러스. 원래 광둥성 일대 야생동물의 체내에 살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감염자로 최종 확인된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철저한 검역과 격리, 위생강화 등 대국민 홍보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스는 언제든 열대 밀림에 숨어있던 미지의 변종 바이러스가 비행기를 타고 삽시간에 대륙을 건너 유행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 살인독감 공포

살인독감이라 불리는 푸젠A형 독감으로 선진국에서 수십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선 충북 음성 등에서 닭.오리들이 대거 조류독감에 걸렸다. 푸젠A형 독감이나 조류독감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보다 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미국에서만 2만여명이 독감에 걸려 사망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고령자이거나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들이다. 푸젠A형 독감이나 조류독감은 건강한 사람의 생명도 앗아간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 이들 독감도 기존 독감예방접종으로 어느 정도 예방하거나 증상 경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감 예방 접종은 비용효과가 뛰어난 보건사업이므로 향후 정부예산으로 전액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MRI, 노벨상 받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검사를 개발한 과학자에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수여됐다. MRI는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해낸 가장 정밀한 영상진단장비. 직경 0.5㎝짜리 혹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 잡듯 찾아낸다. 몸을 절개하지 않고도 신체 내부를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MRI는 이미 1979년 노벨상을 수상한 CT와 더불어 질병 진단의 신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방사선 대신 자기장을 이용하므로 인체에 무해하며 통증이 없다는 것이 장점. 그러나 인공심장박동기 등 금속장치를 체내에 이식한 환자나 의식불명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환자는 촬영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 한국인 첫 WHO 총장

올 1월 사상 최초로 한국인이 국제기구의 수장에 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취임한 이종욱 박사가 주인공이다. 향후 5년 동안 인류의 건강을 책임지게 된다. WHO 결핵국장 시절 테니스 선수 힝기스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따내고 결핵 예방 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관료주의에 찌든 WHO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70년대 말 서울대 의대 졸업 후 피지와 필리핀 등에서 나병퇴치사업으로 WHO에 몸 담았다. 에이즈와 말라리아.사스 등 인류 보건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해 국제적 협조를 모으기 위해 직접 해당 국가를 찾는 탐방 외교를 벌여 실질적 도움을 끌어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 항생제 내성 세계 1위

식품의약품안전청 주도로 올해 처음 국가 차원에서 항생제 내성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폐렴구균 페니실린 내성률은 77%, 황색포도상구균의 옥사실린 내성률은 63%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드러났다. 소와 돼지 등 축산동물과 전국의 토양.지하수에서도 항생제 내성균이 높은 비율로 발견됐다. 이미 가장 강력한 항생제의 하나로 평가받는 반코마이신에도 죽지 않는 수퍼 박테리아가 국내에서 출현한 바 있다. 무조건 강력한 약을 선호하는 환자와 토끼잡는 데 대포를 동원한 의사들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항생제 남.오용의 결과다. 아직 내성균이 적은 최신 항생제의 경우 감염내과 전문의 등 자격을 갖춘 의사에게만 처방을 허용하는 등 항생제 남.오용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 발기부전 치료제 각축

비아그라에 이어 혀 밑에서 녹는 유프리마, 복용 후 15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난다는 레비트라, 복용 후 3일간 효과가 지속되는 시알리스 등 발기부전 치료제가 속속 상륙했다. 알약 하나로 고개숙인 남성들이 기를 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 그러나 정당 1만원이 넘는 고가인 데다 발기부전을 약으로만 치료하려는 그릇된 습관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발기부전은 심장과 뇌 혈관의 장애를 암시하는 초기 증상일 수 있으며 이 경우 규칙적인 운동과 기름기를 줄인 식사, 금연 등 생활요법이 근본적 치료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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