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딘 이라크 과도委 위원 "후세인의 쿠르드 학살 문서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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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라크의 각 부족.종파 대표들로 구성된 과도통치위는 생포된 '과거의 권력자'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이라크 내에 설치될 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후세인이 더 공정한 재판을 위해 국제법정에 회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미국이 '이라크 내 재판'을 지지하고 있어 후세인은 이라크인의 법정에 설 가능성이 크다. 다수 여론도 이를 밀고 있다.

기자는 20일 과도통치위에서 헌법 초안 등을 마련하고 있는 쿠르드족 출신 다라 누르 알딘(53) 과도통치위 위원을 만나 후세인 재판 준비 상황을 들었다. 현직 판사인 누르 알딘 위원은 향후 후세인 및 측근을 심판할 특별 전범재판소를 총괄하는 전범재판위원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세인 재판은 어디서 해야 하나.

"이라크인들을 압제한 사람이니 이라크에서 재판받는 것이 당연하다. 과도통치위도 이미 그를 이라크 법정에서 심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도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통치위 위원 25명 중 여기에 반대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쿠웨이트.이란을 침공한 혐의는 국제법 소관 아닌가.

"주변국 침공 혐의는 향후 추가될 사항이다. 후세인의 가장 큰 죄목은 이라크 국민에 가한 적대행위다."

-일부 이라크인들은 국제 재판을 요구한다.

"소수일 뿐이다. 후세인 정권 때 특혜를 누렸던 바트당원들의 주장이다. 국민 절대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과도통치위의 의무다."

-현재까지의 준비 상황은.

"후세인과 전범을 심판할 특별 전범재판소 설립에 관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입법이 완료되면 과도통치위가 사법위원회라는 별도 조직을 통해 전범재판소 판사들을 임명할 것이다."

-전범재판소는 언제 출범하나.

"수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먼저 전범들의 혐의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자료 수집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다. 이를 위해 따로 조사위원회를 만들 생각이다. 자료 수집이 끝나야 전범 기소와 재판이 시작된다."

-전범재판소의 규모는.

"후세인 재판에는 판사 9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그의 측근 재판에도 판사 10여명이 필요하다. 기소 준비를 위해 20명 정도로 구성된 검사위원회도 만들어 모든 죄목을 밝힐 것이다."

-이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자료는 어떻게 수집하나.

"이미 많은 문서들을 확보하고 있다. 쿠르드족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과 강제 이주에 대한 비밀문서도 확보했다. 또 주민들의 신고도 접수할 예정이다. 벌써 수만건이 접수된 상태다. 이와 함께 전범들의 죄목을 크게 ▶집단 학살▶반인류 범죄▶전쟁범죄 세 항목으로 나누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컴퓨터 전문가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바그다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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