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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고려인 동포들에 한글학교 지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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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연해주 극동지역은 일제 시대 때 독립운동의 성지였다. 그곳에서 우리 동포는 나라를 되찾기 위한 항일운동의 일환으로 의병활동.무장투쟁은 물론 민족의 혼을 더욱 높이기 위한 학교 설립과 신문 발행 등을 전개했다. 당시 연해주 고려인 동포 학교는 11개였고,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만 고려인 동포 학교가 3개나 있었다. 20여만 명에 달하는 고려인 동포가 열심히 생활하고, 많은 항일 독립운동가가 활동하고 있었다. 그중 홍범도 장군이 대표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항일운동의 전초기지였던 연해주 극동지역과 고려인 동포를 잊을 수 없다. 아니 잊어선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분들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는 죄책감마저 든다. 지금이라도 그 분들을 고맙게 기억하고, 어렵게 살고 있는 그들을 한 핏줄로써 감싸야 한다.

고려인 강제 이주 7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만난 고려인들은 모두 전통적인 한국인 모습 그대로였다. 한 집단농장을 방문했을 때는 그분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덩실덩실 노래와 춤으로 우리 일행을 반겨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고려말을 좀 잘 가르쳐 주소. 우리 손자.손녀들이 러시아인이 돼 가고 있소"라고. 그들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자손들이 망각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곳에 한글학교라도 더 많이 지어주고 경영을 도와 주어야 한다.

이들의 한 달 생계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3만원이다. 우리의 핏줄이며 항일운동의 무대였던 연해주 지역 이민 1세대와 항일 의병의 후손인 고려인 동포를 위해 정부와 민간 단체들이 협력해 실질적이며 지속적인 한민족 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는 고려인 동포 문학가 아나톨리 김은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나는 러시아어로 말하고 쓰고 생각하지만, 한국인이다. 다른 고려인들도 한국인이고 싶어 한다. 어디를 가든 나는 한국인이다."

더 늦기 전에 고려인 동포를 도와야 한다.

박강수 전 배재대 총장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