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시비, 춘원유족, 문학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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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춘원 이광수의 저작권을 놓고 유족과 출판사간의 시비가 일고있다. 춘원의 아들 영근씨(63·미 존스홉킨스대교수)는 최근 지난 3월춘원의 대표작 『무정』『꿈』『흙』『사랑』을 출판한 문학사상사를 상대로 서울민사지법에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었다.
이씨는 소장에서 『사망했다는 풍문만 나돌 뿐 사망이 확인되거나 실종선고를 받지 않았는데도 문학사상사측이 저작권자 허락없이 출판한 것은 저작권침해며 원작을 마음대로 고침으로써 저자의 인격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학사상사측은 최근 출간된 『문학사상』9월호에 실린 「춘원저작물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통해 『춘원이 살아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과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사실무근의 이유를 내세워 소송을 제기, 당사는 명예를 훼손당했고 업무를 방해 받았다』며 영근씨를 상대로 맞고소 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비의 핵심은 춘원의 사망시기가 언제냐다. 중앙일보 91년 7월26일자는 소련에 망명중인 전 북한차관급인사 2명을 취재, 춘원이 50년말 만포병원에서 병사했다고 보도했다. 영근씨도 91년 7월20일 북한측 초청으로 평양에 들어가 평양 원신리에 있는 춘원묘소를 확인, 『부친의 사망일은 1950년10월25일』이라고 각 신문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다. 50년에 춘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경우 춘원의 저작권은 80년에 소멸된 것이 된다.
○…문학사상사는 『영근씨가 부친의 묘소를 확인, 사망일자를 밝히면서도 사망신고나 실종신고를 않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학사상사측은 ▲46년5월31일 부인 허영숙이 민족반역자로 춘원이 처단될 경우 전재산몰수를 대비해 협의 이혼했다 춘원납북후 법적절차를 밞아 관리인이 된 점 ▲20년전에 사망한 허영숙의 사망신고를 안한 점 ▲1977년춘원의 본처가 낳은 아들과 가족들을 실종신고를 내 춘원의 호적에서 지운 점 ▲영근씨가 미국시민이면서도 이중 국적을 금지한 국적법을 무시, 춘원호적에 올라 있는 점 등을 들며 이는 『저작권을 세습화하기 위한 탈법시도』라고 주장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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