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신화창조, 동방신기는 카시오페아, 세븐은 럭키세븐, 비는 구름, 보아는 점핑보아. 이상은 모두 가수들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팬클럽의 이름이다. 어디 가수뿐인가? 얼마 전엔 나이 쉰네 살에 생애 첫 팬미팅을 한 탤런트 이계인도 있고, 심지어 스포츠 스타인 박세리도 팬클럽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공연문화의 흥행 보증수표인 19년차 가수 이승환이 팬클럽이 없다고?
“제가 음악을 하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어요. 바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나는 하자. 혹은 남들이 하는 것을 나는 하지 말자.`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연예인이라면 하나쯤은 꼭 있는 공식 팬클럽을 만들지 말자였죠.”
그런데 정말 이승환의 공식 팬클럽은 ‘서울에서 김 서방도 찾아준다’는 네이버에 물어봐도 절대 찾을 수 없다. 물론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모임은 하나 있었다. 어라? 이쯤 되면 `팬클럽이 있는 것 아니냐`며 박박 우기고 싶었지만, 이승환에게는 팬클럽 말고도 없는 것이 또 있었으니.
“아, 없는 것이 또 있죠. 제 팬 여러분은 콘서트 보러 오실 때 공연장의 필수품, 야광봉과 카메라를 안 들고 옵니다.”
극장에 팝콘이 있다면 공연장엔 야광봉이 있어야 제 맛일 텐데, 왜? 속사정을 들어보니 그의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은 3000원쯤 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야광막대 대신 그 돈을 모금함에 넣어 백혈병 아이들을 도와준다고. 이렇게도 착한 이승환 콘서트의 공연장에 야광봉은 그렇다 치고, 요즘은 웬만한 휴대전화에도 다 붙어 있는 카메라까지 허락하지 않는 까다로운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3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동안 30여 곡을 들려 드리는데요. 관객과 제가 하나 되는 그 시간, 감동의 그 순간만큼은 인공적인 카메라가 아니라 눈과 귀와 마음에 담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래전 팬들과 한 약속이죠.”
얼마 전 라이브 황제 이승환은 오랜만에 대규모 콘서트를 열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그가 준비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십분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우비를 입은 1만 팬들은 마지막 앙코르 곡이 다 끝날 때까지 그와 한목소리로 노래했다. 그에게 팬클럽은 없어도 진정한 ‘팬’은 있었다.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