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선데이 스타-이승환] 팬클럽은 없어도 진짜 팬은 많은 가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호 15면

신화는 신화창조, 동방신기는 카시오페아, 세븐은 럭키세븐, 비는 구름, 보아는 점핑보아. 이상은 모두 가수들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팬클럽의 이름이다. 어디 가수뿐인가? 얼마 전엔 나이 쉰네 살에 생애 첫 팬미팅을 한 탤런트 이계인도 있고, 심지어 스포츠 스타인 박세리도 팬클럽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공연문화의 흥행 보증수표인 19년차 가수 이승환이 팬클럽이 없다고?

“제가 음악을 하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어요. 바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나는 하자. 혹은 남들이 하는 것을 나는 하지 말자.`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연예인이라면 하나쯤은 꼭 있는 공식 팬클럽을 만들지 말자였죠.”

그런데 정말 이승환의 공식 팬클럽은 ‘서울에서 김 서방도 찾아준다’는 네이버에 물어봐도 절대 찾을 수 없다. 물론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모임은 하나 있었다. 어라? 이쯤 되면 `팬클럽이 있는 것 아니냐`며 박박 우기고 싶었지만, 이승환에게는 팬클럽 말고도 없는 것이 또 있었으니.

“아, 없는 것이 또 있죠. 제 팬 여러분은 콘서트 보러 오실 때 공연장의 필수품, 야광봉과 카메라를 안 들고 옵니다.”

극장에 팝콘이 있다면 공연장엔 야광봉이 있어야 제 맛일 텐데, 왜? 속사정을 들어보니 그의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은 3000원쯤 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야광막대 대신 그 돈을 모금함에 넣어 백혈병 아이들을 도와준다고. 이렇게도 착한 이승환 콘서트의 공연장에 야광봉은 그렇다 치고, 요즘은 웬만한 휴대전화에도 다 붙어 있는 카메라까지 허락하지 않는 까다로운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3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동안 30여 곡을 들려 드리는데요. 관객과 제가 하나 되는 그 시간, 감동의 그 순간만큼은 인공적인 카메라가 아니라 눈과 귀와 마음에 담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래전 팬들과 한 약속이죠.”

얼마 전 라이브 황제 이승환은 오랜만에 대규모 콘서트를 열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그가 준비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십분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우비를 입은 1만 팬들은 마지막 앙코르 곡이 다 끝날 때까지 그와 한목소리로 노래했다. 그에게 팬클럽은 없어도 진정한 ‘팬’은 있었다. 방송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