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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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집 없는 서민들과 한데 부대끼며 갖은 애환과 에피소드를 낳고있는 주택복권이 다음달이면 어느새 23돌(69년9월15일 발행)을 맞는다.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올림픽복권으로 이름이 바뀐 적도 있고 오늘날엔 인스턴트시대에 걸맞게 즉석복권이 판을 치고있지만 아직도 우리주위에는 복권을 살 때마다 며칠동안 좋은 끔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주택은행에 위탁해 발행하기 시작한 주택복권1호는 판매가 1백 원에 1등 상금 3백 만원을 내걸고 서울지역에서 먼저 실시됐다.
그러나 1호만 매진됐을 뿐 수개월동안 사행심조장여론과 절반가까이를 떼 가는 당시의 세금제도 때문에 판매가 부진, 『도와주고 복 받으세요』라고 쓰인 포스터가 내 걸리고 어깨띠를 두른 주택은행직원들이 거리에서 복권을 판매한 적도 있었다.
이후 세금 액도 줄고 상금도 오르면서 주택복권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져 추첨 TV방송이 한때 최고시청률을 기록했고KBS·MBC양방송사는 황금시간대인 일요일 저녁『준비하시고 쏘세요』를 방송키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누구나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게 마련이었고 실제로 지금까지 1등 당첨자들의 꿈 중 돼지꿈이 가장 많았다.
10·26직후엔 박정희 대통령이 나타나 백지 한 장을 던져주는 끔을 꾼 사람이 당첨됐는가 하면 84년에는 전북 부안에 사는 이가 꿈에서 구렁이 일곱 마리가 차례로 몸을 꼬아 「4649373」이라는 숫자를 나타낸 것을 기억, 다음날 주택은행지점에 달려가 용케 같은 숫자의 복권을 사 당첨되는「꿈같은」실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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