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목격”주장 설득력있나/“소매치기 누명”논란 정리해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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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위협·구타에 몰려 자백”증거 못돼/찾아냈다는 증인들도 신빙성 부족
경찰관이 피해자를 조작해 중학생 2명을 소매치기로 처리한 사건은 해당경찰관이 구속됐지만 학생들이 과연 소매치기를 했는지 여부를 놓고 법원·검찰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려 논란을 빚고있다.
외국의 경우 범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확보됐어도 수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고 있으나 검찰은 증거수집 과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예 증거 자체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고 법원도 경찰이 「주범」으로 몰았던 강군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도 공범에 대해서는 『소매치기가 분명하다』며 재수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강군 등이 소매치기를 한 증거로 경찰의 범행목격을 들고있으나 자신의 부인을 피해자로 조작한 경찰관의 목격 주장을 유죄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검찰은 또 『왜 처음부터 범행을 부인하지 않고 가족들에게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았느냐』는 것을 문제삼고 있지만 강군 등이 연행 당시 수갑이 채워진채 자백을 강요당하며 뺨을 맞는 등 극심한 공포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때 이들의 자백을 진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게 재야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신기남변호사는 『강군 등은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빌면 곧 풀려나지만 부인하면 더 큰 처벌을 받는다는 형사들의 위협을 정말로 믿고있었다』고 지적,『경찰은 어린학생들을 위협해 검거건수를 올리는데만 급급했고 검찰도 소년의 심리를 전혀 고려치 않은채 형식적인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신빙성 보강증거로 『강군 등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남대문시장을 배회했고 9일전 누나로부터 받은 1만원중 2천원만을 쓰고 8천원을 갖고있었다는 주장이 의심스럽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자의적인 심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또 『소매치기 「미수」를 목격한 시장상인들이 있다』는 경찰의 주장을 증거로 채택했지만 당초 경찰조사에서 없었던 증인이 이 순경이 구속된뒤 사건일로부터 두달만에 나타난 것도 의문이다. 검찰은 상인들을 불러 진술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거나 강군 등과 대질한 적이 한번도 없어 일방적인 주장일뿐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강군 등이 경찰관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연행장소 주변에서 본사취재진이 찾아낸 목격자는 『형사들이 학생들의 뺨을 때리며 소매치기 사실을 자백하라고 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은 결국 헌법재판소의 최종판단을 남겨놓고 있으나 「열사람의 범인을 놓쳐도 한사람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는 법언과 「수사기관이 유죄를 입증 못하면서 피의자에게 무죄를 입증해 보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처음부터 철저히 무시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처리결과가 주목된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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