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구타 37% 신혼때 시작/형사정책연 「가정폭력」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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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남편한테 폭행당한 아내 46%/아내한테 얻어맞은 남편 16%
우리나라 주부의 46%가 남편의 폭력을 경험했으며 부인으로부터 폭행당하는 남편도 1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20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허은도)이 서울시내 기혼남녀 1천2백명(남자 5백60명·여자 6백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가정폭력의 실태와 대책에 관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응답자중 71.9%가 가정내 부모와 형제로부터 폭행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가족이 아닌 외부인으로부터 당한 경우(68.9%)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혼기간중 남편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여성은 전체 6백40명중 45.8%인 2백93명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 1년동안 아내가 남편을 폭행한 경우는 전체 1천1백71가구중 15.6%인 1백83가구로 조사됐다.
또 부부 쌍반간의 폭력이 발생한 가구가 11.2%(1백31가구),아내에 대한 남편만의 폭력이 일어난 경우가 17.2%(2백1가구)였으나 남편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경우도 4.4%(52가구)에 달해 매맞고 사는 남편의 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폭행당한 여성중 3분의 1 이상인 37.2%가 결혼후 1년 이내에 첫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신혼시절부터 아내에 대한 폭행이 시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의 폭력과 관련,여성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43.1%,남자의 폭력은 있을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13.1%나 돼 아내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풍조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부모로부터 매를 맞고 자랐거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장면을 자주 본 남성일수록 부인을 더 많이 폭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내 폭력을 사회문제로 인식,매맞는 부인을 보호하거나 폭력남편의 정신적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보호시설 등 전문기관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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