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제26회 국제 현대 무용제 … 말로는 설명 못 한다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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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국제 현대 무용제 (모다페 2007) 6월 1∼12일.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 서강대 메리홀. 2만∼9만원. 02-765-5352.

흔히 모다페로 불리는 국제 현대 무용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적 무용 축제다. 첨단을 걷고 있는 전 세계 아방가르드 예술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올해 주제는 '댄스 비스타(Dance Vista)'. '춤을 조망한다'는 뜻으로 몸 자체로서의 몸 혹은 움직이는 몸 등 '몸으로의 회귀'를 표방한다.

우선 개막작에 눈길이 간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무용가이자 행정가이기도 한 조셉 나주의 '태양의 먼지'(사진)가 공연된다. 프랑스 작가 '레이몽 루셀에게 헌정한다'란 부제처럼 자살로 생을 마감한 루셀의 독특한 문학 기법과 미스터리함을 무대로 옮겼다. 마술과 같은 광경, 가면을 쓴 채 춤인 듯 연극인 듯 흐느적거리는 움직임 등 순수한 육체적 감수성으로 인간의 숨겨진 모습을 담고 있다.

영국 조너선 버로 그룹의 'Both Sitting Duet'은 손가락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20개 손가락으로 모든 걸 표현한다. 음악도 없다. 거품 없이 단백하지만, 치밀하고 엄격하며 재치있다.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어줄 작품이다.

캐나다 무용가 브누아 라샹브르의 '끝나지 않는 광란'은 솔직하다. 그의 상처와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무대에 선 주인공은 비디오 속 자신과 마주하며 정체성을 해체하곤, 또 복종하기도 한다. 새로운 무용 언어임에 틀림없다. 현대 무용의 메카로 자리 잡은 벨기에에선 '주 댄스 컴퍼니'가 온다. 멤버 대부분이 유럽의 주요 무용상을 차지할 만큼 역량있는 무용가로 구성돼, '설명'할 수는 없어도 '알'수는 있는 작품을 선사한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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