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전과자들 재활꿈 일군다/면목동 「베다니집」에 8명 모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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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절도·부도 등 과거얼룩 의지로 씻어가/“제자리 잡을 때까지 사회냉대 없어야”
사업실패로 부도를 냈거나 절도 등 혐의로 형을 살고 풀려난 뒤 오갈데없는 8명의 여자전과자가 한데 모여살며 재활의 꿈을 일군다.
서울 면목7동 4층건물의 4층 11평 남짓한 「베다니 집」(원장 전한나·41).
베다니는 「여자들이 모 여사는 집」이라는 뜻의 성서에 나오는 말로 이들 여전과자들은 출소후 전과자라는 얼룩 때문에 주위의 냉대를 받거나 심지어 남편까지 외면을 해 마땅히 기댈 곳도 없었던 처지에서 한데 모였다.
베다니집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1월16일.
원장 전씨가 3년전부터 교도소를 오가며 교화사업을 해오다 여출감자 15명으로 「여옥선교회」를 결성하면서 회비로 보증금 7백만원에 월세 26만원의 이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전씨 자신도 결혼 3년만에 남편과 사별한 뒤 서울 방배동에서 OB호프집을 경영하다 88년 1억여원의 부도를 내고 의정부교도소에서 1년2개월의 옥고를 치른 처지.
교도소에서 신앙을 갖게 된 인연으로 출소후 여자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선교사업에 투신했다. 전씨의 인도에 따라 한데 모인 8명의 식구는 20대에서 60대까지의 갖가지 사연을 지닌 여성들로 식당종업원·파출부 등으로 일하며 서로 의지해 살고 있다.
그중 박모씨(62)는 대전 중앙동에서 이불대리점을 하던 90년 4억여원의 부도를 내고 청주교도소에서 복역중 전씨를 만나 지난 5월13일 출소후 곧바로 베다니의 문을 두드린 케이스.
『부도가 난뒤 거지꼴이 됐지요. 받을 돈도 있지만 다들 전과자란 이유로 상대하려고도 안해요.』
홍모씨(36)는 88년 안양에서 날마다 술을 먹고 때리는 남편을 싸움끝에 숨지게 해 4년형을 산뒤 4월에 베다니에 들어와 친정에서 살고 있는 두아들의 학비와 집칸마련을 위해 영등포의 한 한식집에서 일하며 자립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
그동안 「분가」해간 사람도 생겼다. 작년 12월에 온 여모씨(30)는 인근 갈비집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변변찮지만 방하나를 마련,지난달 5일 이곳을 나갔다.
베다니는 지난 4월 최모씨(37)가 마땅한 직업이 없어 전전하다 못된 손버릇을 못버리고 다시 절도죄로 구속되면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전씨는 『여성범죄자는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금품관계·애정문제 등으로 생겨 그만큼 억울한 사람도 많다』며 『이들이 출소후 제자리를 잡으려면 사회의 문턱이 낮아지고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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