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광란의 질주」22명 중경상/정신병자에 운전면허 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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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병원다니며 6년간 영업/여의도광장서/두명 친뒤 되돌아와 또 돌진/“누군가 날 죽이려해 세상에 복수”
지난해 10월 세상을 비관한 젊은이가 승용차를 몰고 놀러나온 시민들 사이로 돌진,2명을 숨지게 하고 21명을 다치게 했던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6일 또다시 정신병을 앓는 개인택시 운전사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택시를 몰고 두차례나 행인들을 향해 달려 시민 22명이 다쳤다.
범인은 정신질환자인데도 개인택시 면허를 가지고 아무 규제도 받지 않은채 수년간 버젓이 영업해온 것으로 밝혀져 당국의 운전자 관리대책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현행 제도상 개인택시를 포함한 운전면허 소지자에 대해 건강진단·적성검사 등에서 정신질환자를 가려낼 방법이 사실상 없어 언제 또 「광란질주사고」가 날지 모르는 형편이다.
◇질주=16일 오전 11시15분쯤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쪽끝 여의도광장 입구에서 개인택시운전사 이봉주씨(37·서울 면목2동 133)가 자신의 스텔라택시를 몰고 광장 옆 안전지대를 지나던 황성경양(13·성산중1·서울 이태원2동) 등 2명을 치어 황양의 옆구리를 크게 다치게 하는 등 중경상을 입혔다.
사고를 내고 영등포쪽으로 달아나던 이씨는 KBS본관·순복음교회 앞을 거쳐 11시25분쯤 다시 사고현장에 되돌아와 도로 옆 안전철책을 들이받고 광장안으로 돌진,자전거를 타던 조성완씨(32·건축업·서울 합정동 325) 등 시민 20명을 치어 중경상을 입혔다.
◇검거=2차사고가 난후 택시가 멈추자 오원상씨(41·새마을봉사대원) 등 시민 30여명이 차를 에워싸고 이씨를 끌어내 경찰에 넘겼다.
부상자 22명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에 의해 여의도 성모병원 등 다섯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있다.
경찰은 17일 이씨에 대해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정부가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누군가 나를 죽이려해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어제 범행을 결심했다. 1차사고를 내고 달아나는 것이 비겁하다고 생각돼 다시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몰려있어 또 들이받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고 말했다.
◇범인주변=전북 김제가 고향인 이씨는 3남1녀중 차남으로 가정형편 때문에 국민학교 2년을 중퇴한뒤 15세때인 70년 상경,세탁소 종업원 등을 하다 83년 개인택시를 1천7백만원에 사들여 지금까지 영업해왔다. 이씨는 86년부터 피해망상 증세를 보여 청량리 정신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올해에도 1∼5월까지 전북 이리시 원광대부속병원 신경정신과에 입원했었다.
미혼인 이씨는 서울 면목동에서 혼자 살면서 평소 철저히 폐쇄적인 생활을 해왔고 가족들이 정신병 때문에 택시운전을 강력히 만류했으나 이를 뿌리치고 계속 운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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