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막을 타당성 없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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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신문편집인협회는 11일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와 그 결과의 공표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대통령선거법이 언론자유라는 국민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요소가 있다고 지적,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편협의 이같은 조처는 최근 『월간중앙』등이 대통령 입후보자들의 지지도를 설문조사해 보도한데 대해 중앙선관위가 현행 대통령선거법에 위배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국민의 언론자유 수호차원에서 취해진 것이다.
헌법 제21조와 23조는 분명히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선거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하위법인 대통령선거법 제65조에 누구든지 선거에 당선여부를 예상하는 「인기투표」나 「모의투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법·위헌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우리는 매우 중요한 국민의 의사결정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여러가지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언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의 선거권이란 단순한 기표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보와 의견을 접하고 소화하여 최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리까지도 포함돼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이러한 종합정보의 하나인 여론조사가 특정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편향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 해도 이는 국민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할 일이지 법으로 규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하물며 공신력 있는 언론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그 결과의 공표를 막는다는 것은 분명히 상위법인 헌법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미국·일본·서구 같은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도 선거 여론조사가 상례화 돼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특히 문제의 대통령선거법 제65조가 지난 63년 5·16 군정체제 아래 만들어진 조항을 그대로 옮긴 것이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인기투표」나 「모의투표」를 여론조사로까지 확대해석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중앙선관위 스스로도 객관적인 여론조사는 허용하되 선거공고후 투표일까지의 선거기간만 그 경위와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통령선거법 개정의견을 건의해 놓고 있다. 선관위마저도 이 법조항의 불합리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통령선거라는 중차대한 국사의 결정에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서도 대통령선거법 65조는 즉각 위헌결정이 내려지거나 개폐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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