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동」「동」「동」…저만큼 멀어진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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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속빈 강정」.
겉으론 1개, 내심으론 2개의 금메달까지 바랐던 한국탁구가 5일 김택수(김택수·대우증권)의 남자단식 결승진출 좌절로 동메달(5개)만 풍성히(?) 수확하는데 그쳤다.
한국은 이번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노련한 유남규(유남규·동아증권 )와 절정기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김택수, 세계최강의 여자복식조로 꼽히는 현정화(현정화)-홍차옥(홍차옥·이상 한국화장품)조등을 출전시켜 나름대로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노 골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88서울올림픽에서 금2(남자단식-유남규, 여자복식-양영자·현정화) 은1, 동1개를 획득하는 기염으로 전국에 때아닌 탁구붐을 일으키기도 했던 한국탁구가 4년뒤 바르셀로나에서 맞은 검증무대에선 역시 세계정상은 아니라는 씁쓸한 판정을 받은 셈이다.
세계남자복식 1위팀인 스웨덴의 페르손린드조와 중국의 에이스복식조인 마원거-유센퉁조를 연파한 강희찬(강희찬·대우증권)-이철승(이철승·제일합섬)조의 분전이 돋보였지만 우승을 장담하던 현-홍조의 패배와 그에따른 홍의 은퇴발언등은 충격과 함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그러나 탁구계를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앞으로도 유망주 부재로 인해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탁구협회는 86년 서울아시안게임 남녀단체전 석권, 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 2, 91년 지바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일팀의 세계제패등 몇안되는 스타플레이어들에 의존해 얻어낸 잇따른 승전보에 도취, 장래를 책임질 꿈나무들을 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초 「21세기 탁구상비군 훈련단」이란 거창한 이름의 상비군제를 발족시켰지만 주니어들로 구성된 2군을 대표격인 1군과 연계시켜 훈련시키지 않은 까닭에 제자리 걸음만하다 말았다.
소년체전이 폐지돼 유망주들이 나오지 않는다면서도 능동적으로 꿈나무를 발굴·육성할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군팀인 상무를 제외하곤 고작 4팀(제일합섬·대우증권·동아증권·국정교과서)에 불과한 빈약한 남자실업팀과 그나마 국정교과서가 해체위기를 맞아도 강건너 불보듯 수수방관만하는 협회의 자세에서 애초에 금메달을 꿈꿨던것이 무리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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