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소비둔화 내수경기 진정/통계청 분석/올 상반기 산업활동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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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출용 생산·출하 6월들어 큰폭 증가/건설수주액은 감소로 반전
올 상반기중 국내 산업은 생산·출하가 수출을 중심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투자와 소비증가율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폭 둔화돼 내수경기가 진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92년 6월 및 상반기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위축됐던 생산·출하는 6월중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섬에 따라 올 상반기 전체로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8.6%,출하는 10%가 각각 증가했다.
특히 출하를 내수·수출로 나눠보면 상반기 전체로는 내수용출하(10.1%)가 수출용출하(9.2%)보다 높지만 5월이후 수출용출하가 내수출하를 크게 앞지르고 있어(6월중 수출 17.6%,내수 11.9%) 구조도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6월중 생산·출하의 급증 등에 따라 지난 5월 감소로 돌아섰던 경기선행지수도 전월비 1% 증가로 반전됐다.
한편 6월중 재고는 작년 같은달의 낮은 증가세에 대한 반등으로 전년 동월비 17.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상반기 전체로도 작년 같은기간(13.2%)보다 다소 높은 14.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건설투자는 상반기중 건축허가면적이 27.3% 감소한 반면 국내건설수주액은 공공부문의 발주가 크게 늘면서 상반기중 18.1% 증가했는데 올들어서도 계속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던 국내건설수주액이 6월중 처음으로 6.7% 감소,앞으로 건설경기 진정이 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중 설비투자는 국내기계수주액이 2.9%,기계류수입허가가 43.1% 각각 감소했는데 국내기계수주의 감소는 주로 공공부문의 둔화때문으로 민간제조업만 보면 올 상반기 3.5%의 증가세(91년 상반기는 90년 동기비 3.6% 감소)로 반전됐다.
소비관련 지표들은 2·4분기들면서 뚜렷하게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상반기중 도소매판매액은 전년동기비 6.6%(91년 상반기 7.4%),내수용소비재 출하는 7.1%(91년 상반기 14.4%) 증가에 머물렀다.
한편 6월중 실업률은 2.4%(계절조정)로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산업별 취업자수는 작년 9월이후 제조업 취업자수가 지난해 같은달보다 계속 감소추세(6월중 12만2천명 감소)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산업은 증가추세(6월중 60만3천명)가 이어졌다.
◎경기지표로 본 우리경제/「침체」 우려속 선행지수 증가세/내수안정 수출쪽 호전 “청신호”/본격적인 구조조정기로 진입(해설)
올 상반기중 산업활동동향에 나타난 여러 지표들은 우리경제가 비교적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과열의 「거품」으로 여겨지던 소비와 건설투자가 뚜렷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성장구조의 개선을 위해 견인차 노릇을 해줘야할 것으로 기대했던 수출쪽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5월 생산 및 출하증가율이 5%대로 급락한 것을 놓고 일부에서 경기침체의 본격적인 신호로 보는 해석도 없지 않았으나 6월중 이들 지표가 다시 두자리수의 높은 증가로 돌아섬에 따라 이는 작년 같은달과의 비교에서 오는 통계상의 변동으로 밝혀진 셈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 5월 감소세로 돌아서 앞으로의 경기위축을 우려케 했던 경기선행지수도 6월에는 다시 1% 증가로 돌아섰으며 4∼5월 연속 감소했던 동행지수도 6월에 0.6% 증가를,지난 2월이후 줄곧 감소했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월중 보합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경기지수의 움직임이나 상반기중 7.3%로 추정되고 있는 경제성장률,생산 및 출하가 각각 8.6%,10%의 착실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볼때 현 경기상황을 침체국면,또는 침체국면으로의진입과정이라기보다는 내수 경기 진정의 조정과정 정도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보다 유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생산·출하의 내용을 볼때 음식료·섬유 등 소비성·노동집약적 업종들은 둔화된 반면 석유화학·운수장비 등 자본·기술집약업종들은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수출용 출하가 지난 5월이후 내수용 출하를 앞지르기 시작한 점도 현상황이 전반적인 경기위축이라기 보다는 구조조정기임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재고의 증가가 눈에 띄나 상반기중 재고증가율 14.3%는 작년 같은기간의 13.2%와 큰 차가 없는 것이며 6월중 재고증가율이 17.8%라는 수치를 나타낸 것은 작년 같은달의 증가율이 낮았던 것(9.1%)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문제이긴 해도 이를 침체의 증거로 삼기는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경기침체를 이유로한 총수요관리의 완화 등 경기부양적 정책은 그 논거가 충분치 않으며 현재의 정책기조는 계속 강화·유지될 필요가 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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