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스 알파' 뉴욕 3배 값에 마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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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3년간 주재원 생활을 하고 올 초 귀국한 김성룡(41.경기도 고양시)씨는 최근 어버이날 선물을 사러 서울 시내 백화점의 와인숍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미국 LA 와인숍에서 1만8600원(약 20달러) 정도에 살 수 있었던 이탈리아산 와인 '퀘르체토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가 5만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김씨는 여러 와인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국내 와인 값이 미국보다 대략 2~3배 수준인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국내 와인 값이 미국보다는 비쌀 줄 알았지만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칠레산 레드와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쇼비뇽'의 미국 소비자 가격은 13~19달러(1만2000~1만8000원). 그러나 한국의 할인점 판매 가격은 3만4900원(37.5달러)이었다. 또 서울 와인바에선 이 와인 값으로 6만5000~7만원을, 서울 시내 고급 식당에선 7만5000원을 받고 있다.

한국의 와인 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했다. 중앙일보가 KOTRA 자료 및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팔리고 있는 유명 와인의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대부분 품목에서 한국 와인 값은 가격 표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의 와인 값은 종류.산지.품질에 상관없이 비싸지만 고급 와인일수록 가격 차이가 더 컸다. 와인을 소재로 한 유명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 2001년'. 이 와인의 값을 국제 와인 가격 비교 사이트인 '와인서처(www.wine-searcher.com)'를 통해 조사해 봤다.

뉴욕의 '알링턴 와인 & 리커'라는 주류매점은 이 와인을 199.99달러(18만6000원), 도쿄의 '피에로스 재팬'이라는 가게는 3만5700엔(27만5000원), 홍콩의 '와인클럽'은 2600홍콩달러(31만3000원)에 팔고 있었다. 반면 서울 시내 한 유명 백화점에서 이 와인의 판매 가격은 67만5000원, 한 와인숍에서는 55만원이었다. 고급 식당의 와인 판매 가격은 훨씬 비싸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 와인 업계 관계자는 "이런 비싼 와인을 갖춘 고급 레스토랑은 많지 않겠지만, 만약 팔린다면 100만원을 쉽게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싼 와인인 호주산 '제이콥스 크리크 카베르네 시라즈'의 경우 한국 할인점의 판매 가격은 2만원 정도인데 미국에서는 6~12달러(5600~1만1000원)면 살 수 있다.

한국의 와인 값이 비싼 이유는 높은 세금과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이다. 관세.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수입가(운송비와 보험료 포함한 가격 기준)의 60% 이상 붙는다. 여기에 수입상-도매상-소매상-식당으로 이어지는 유통 경로를 거치면서 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러다 보니 고급 식당에서 파는 와인 값이 수입가의 10배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미국.일본 등에 비해 와인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수입 가격과 물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한 원인이다. 비싼 와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거품 의식도 한몫하고 있다. 와인21닷컴의 최성순 대표는 "세금 체계 때문에 한국의 와인 값은 외국에 비해 원천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와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고 유통 구조도 개선되면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이세정.이현상.김창규.박혜민.문병주 기자(경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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