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성]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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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거리 총사령관, 사진 찍기를 통한 인기몰이의 달인, 악취를 풍기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쟁이….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50.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묘사한 단어들은 통렬하다. 크루그먼이 지난 3년 동안 한주에 두번씩 뉴욕 타임스 등에 쓴 칼럼 모음에 '대폭로'란 제목을 붙인 까닭은, 그 자신의 말을 빌리면 "바로 여기 미국에서 세계 수준의 거짓말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위기 전문가인 크루그먼 교수가 '재앙의 예언자'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정치 칼럼니스트가 된 배경에는 "어쩌다 미국이 이 지경이 되었나"를 설명해 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신이 있었다. 언론은 침묵하고, 지도자들은 성조기 뒤에 숨은 부시 정권 밑에서 그는 대부분의 주류 지식인이 보는 것과는 크게 다른 세계의 모습을 경제학자의 분석틀로 본다.

미국 주식시장의 거품 상승과 하락을 다룬 제1부 '거품 문제'부터 세계화와 세계 경제의 새로운 국면을 이야기한 제5부 '더 넓게 보기'까지 주제별로 묶은 1백12편 칼럼은 부시를 대장으로 뭉친 미국 신보수 우익 운동이 테러리즘이나 '악의 축' 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9.11 테러에서 이라크 전쟁에 이르는 부시 정권의 행보를 한반도에 앉아 북한과 함께 지켜본 우리는 "미국 내 우익 세력을 경계하라"며 그들을 가차없이 비판하는 폭로자의 용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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