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앤공주 "왕실떠난 자유인" 행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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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국왕실의 품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앤공주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갖가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앤공주는 대회 첫 금메달을 놓고 한국의 여갑순(여갑순)선수와 불가리아의 레체바가 자웅을 겨뤘던 지난달 26일 사격장에 예고도 없이나타나 경기를 관전했다. 31일에는 평복 차림에 카메라를 메고 승마경기장에 나타나 일반관중들은 물론 조직위 관계자들까지 한참동안 그녀를 알아보지 못해 당혹스럽게 하는등 범인(범인) 행세를 계속하고 있다.
또 조정경기장에서도 일반관중들과 함께 조용히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뒤늦게 포착돼 의전관계자들이 오히려 당황하는가 하면 바르셀로나의 명소로 꼽히는 람블라스거리에선 평범한 외국관광객처럼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녀 또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승마협회장이기도한 앤공주는 30일 귀빈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던중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건희대한레슬링협회장이 경기장에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띄자 옆에있던 관계자들을 물리치고 이회장을 자신의옆 좌석으로 초청, 장시간 담소를 나눠 이를 지켜보던 주위인사들을 놀라게 했다.
개막식 선수단입장때 동생인 펠리페 데 보르본 왕자가 기수로 입장하는 것을 보고 감격의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전세계에 생중계돼 화제가 됐던 스페인의 엘레나공주, 자국선수가 수영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박수를 치며 좋아했던 소피아 스페인왕비, 「환상의 팀」이라 불리는 미국농구팀 경기때마다 농구장을 찾는 모나코의 알베르왕자등 유럽 왕족들과 또다른 면모를 앤공주는 보여주고 있다.
오는 15일로 42세가되는 앤공주는 유럽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할만큼 승마에 관한한 일가견을 지닌 애호가로 72년 뮌헨, 76년 몬트리올올림픽때는 영국대표선수로 참가해 최고의 인기를 모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83년 영국승마협회장을 맡은 이후 3년뒤인 86년 세계승마협회장에 선출됐고 88년부터 IOC집행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영국왕족 가운데서도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앤공주는 연간 약 30만달러를 받고있다. 【바르셀로나=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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