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다 다리 모양만 중시/최근 다리 어떻게 지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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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장식 한강다리들 모두가 붕괴경험있어/신행주대교,동선부식 피해 콘크리트로 싸
『다리를 보면 그 나라의 토목기술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교량 건설에는 고도의 기술과 축적된 경험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토목분야는 그동안 현대적이라 할 수 있는 현수교·사장교까지 건설하는 높은 기술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나 잇따르는 교량 붕괴사고가 보여주듯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강대교·마포대교·양화대교 등 다소 일찍 건설된 교량들은 대부분 고전적 공법이라 할 수 있는 슬라브 또는 거더공법으로 건설됐다.
교각위에 상판을 얹는 것으로 과거 중세기 다리와 다를 바 없어 다소 투박한 감은 주지만 단순한 공정탓에 공사가 쉽다.
지난달 30일 붕괴된 창선대교도 이와 비슷한 형태지만 상판·교각의 이음매를 소형교량에 적용하는 겔바방식(교각에 기역자형 턱을 만들고 이 사이에 상판을 끼우는 방식)을 무리하게 채택한 것이 근본사고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다리의 모양새가 너무 없다는 지적에 따라 경제성 위주에서 탈피,모양·기능을 살리는 다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수대교는 상판위에 삼각형모양의 철구조물을 설치,인장강도를 높이는 트러스방식을 채택했으며 성산대교 일부 구간은 교각수를 상대적으로 줄이되 안정을 위해 반원형모양의 철구조물을 상판위에 세우는 아치형으로 건설됐다.
또 70년대 후반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처럼 높다란 주탑 2∼3개를 세운뒤 거대한 강철선을 서로 연결시키고 다시 철선 아래에 수많은 케이블을 늘어뜨려 상판에 연결하는 현수교가 국내 최장다리인 남해대교에 도입됐다.
안전공법보다 아름다움과 최신기술을 찾는 추세는 이후에도 계속돼 바다가 아닌 일반 하천엔 다소 불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 사장교가 한강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사장교는 1920년 독일에서 개발된 것으로 주탑의 상단부분을 강선으로 상판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 공법으로 지어졌거나 건설중인 올림픽대교·팔당대교·신행주대교가 모두 붕괴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이 공법은 상판을 지탱하고 있는 강선 케이블이 시일이 지날수록 부식돼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독일에서도 80년대말 기존 건설된 10여개 사장교에 대해 전면적인 케이블 교체 및 보수작업을 벌인 바 있다.
이번 사고가 난 신행주대교는 케이블이 부식되지 않도록 콘크리트로 둘러싸는 오스트리아 공법을 채택한 것인데 이 또한 국내경험·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외국 기술을 끌어오다 사고를 낸 셈이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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