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좋다, 무조건 입을 열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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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5면

미국에서 일어난 이야기 한 토막. 파티장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칩니다.” 그랬더니 파티에 온 손님들이 흠칫하더니 모두 말할 때 ‘whom’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도 ‘whom’과 ‘who’를 구별하기 힘들다는 것, 올바른 영어 말하기는 원어민들에게도 부담스럽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화다.

말 잘하려면

일러스트=강일구

미국인에게도 마냥 쉽지만 않은 영어 말하기가 요즘 우리의 화두(話頭)가 됐다. 말하기ㆍ쓰기가 강화된 TOEFL IBT가 등장하자 영어 교육이 말하기ㆍ쓰기 중심으로 급선회했다. TOEIC도 말하기ㆍ쓰기 시험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또한 입사 시에는 영어 인터뷰가 부과되고 입사 후에는 영어 회의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상대를 알면 패배란 없다. 영어 말하기의 정체를 알면 그 정복도 쉽다.
 
입을 열어라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말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세계적인 교육학자에게 묻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Open your mouth!(입을 열어라)” 무조건 영어로 내뱉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말하기란 입력(input)된 것을 출력(output)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영어 표현·단어가 이미 입력돼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출력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입력하라
보다 정확하게는 이미 입력된 것, 주로 읽기 용도로 입력된 것을 출력 용도로 재정비하고 재입력하라. 필요하면 새로운 내용도 입력하라. 입력을 한마디로 말하면 ‘출력 준비’다. 입력/출력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영어에 스스로를 노출(exposure)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현지 영어에 가까운 영어가 좋은 영어이므로 영자 신문의 인터뷰난, 연극, 영화나 토크쇼, 시사대담 프로그램 등의 스크립트를 구해 입력하고 유용한 표현은 반복해서 따라 읽고, 암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리를 내서 낭독하는 것만으로도 청취와 말하기를 동시에 정복할 수 있다.

출력하라
출력 시 많은 학생이 간과하는 부분이 ‘applied reproduction(응용 재생산)’이다. 음식에 비유하면 수동적으로 입력한 정보는 기본적인 재료는 될 수 있어도 완성된 요리는 될 수 없다. 일주일만 지나도 70% 이상을 망각한다. 따라서 입력한 자료는 반드시 본인의 경험 내지는 실제 생활에 적용시켜 말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경험이나 생활에 투영시켜 재생산해야 수동적인 영어 말하기 학습에서 능동적인 영어 말하기 체득(acquisition)의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오늘 공부한 표현은 내일로 미루지 말고 즉시 사용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How are you?”라는 질문에 “Fine.” “So so.”라고만 대답하지 말고, “Not bad.” “Pretty good.” “Cool.” “Powerful.” “Just surviving.” 등 새로운 표현을 매일 시도해 보라는 것이다. 좋은 현지 영어의 입력ㆍ반복ㆍ암기ㆍ출력ㆍ응용ㆍ재생산의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유창한 영어 말하기 실력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다.

쉬운 단어와 단문을 사용하라
출력 시 제일 중요한 점이다.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 짧은 기간에 유창해질 수 있다. 대화체 영어의 길이는 문어체에 비해 간결하다. 할리우드 영화 대본을 분석하면 문장 구조의 80%가 단문으로 돼 있다. 단어도 초급ㆍ중급 시절엔 일상적인 실용 어휘 500단어를 넘길 필요가 없다.

등위 접속사 구사에 익숙해진 다음 부사절 접속사를 사용하라
접속사도 등위 접속사인 and, but, or, so 정도를 모든 대화에 사용하면 부담이 적다. 충분히 숙달되면 부사절 접속사인 even though, only if, unless 등도 사용하고 긴 문장에 도전하면 된다.

보조어구를 잘 다뤄라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대화체 영어에서는 보조어구가 많이 사용된다. 보조어구는 우선 먼저 말 중간에 끼워넣는 uh, um 등이 있다. 영국 영화 배우 휴 그랜트는 옥스퍼드대학 영문과 출신의 재원이다. 그러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더듬는 영어’다. 일부러 더듬는 영어를 구사하는데 귀엽게 들린다.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양념처럼 사용하는 ‘well’ ‘I mean’ ‘you know’ ‘you see’ 등도 있다. 상대의 주목을 끌 때 사용하는 ‘listen’ ‘look’ ‘hey’ 등도 유용하게 통용되는 표현이다. 문장을 부드럽게 해주는 보조어구에는 actually, can, generally, kind of, may, perhaps, rather, slightly, usually 등이 있다. 의미의 강조 부사들인 absolutely, definitely, completely는 상대방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낸다.

상대편 말을 재활용하라
대화체 영어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 재생산에 사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TOEIC 말하기 시험에 나올 수 있는 “When is the best time of year to visit your country?”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별다른 준비시간 없이 대답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질문을 그대로 활용해 “Well, I think summer is the best time of year to visit my country.” 정도로 답하면 훌륭한 답변으로 인정받는다.
 
정리하자면 대화체 영어는 간결성ㆍ즉흥성ㆍ반복성이 특징이다. 한번에 길고 완벽한 문장으로 매끈하게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면 서광이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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