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가 키운 GE 플라스틱 사업부 제프리 이멜트가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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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운 잭 웰치 전 회장(左) 등 숱한 글로벌 인재를 배출한 GE의 주력 부문 플라스틱 사업부가 매각된다. 제프리 이멜트 현 회장(右)이 “향후 사업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멜트 회장 역시 이곳 출신이다.[블룸버그]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세계 최대 기업으로 일군 잭 웰치(1981~2001년 재임) 전 회장은 플라스틱 사업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웰치는 이 사업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으며 플라스틱 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이런 플라스틱 사업부를 제프리 이멜트(2001년~현재) 회장이 매각한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 GE의 플라스틱 사업부 매각이 21일께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각 추정 대금은 약 110억 달러. 이 신문은 중동 최대의 화학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베이식 인더스트리가 가장 유력한 인수 대상자이며, 네덜란드의 화학업체 바셀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기업이자 대표적인 혁신 기업인 GE의 홈페이지는 창립자 에디슨과 플라스틱 사업부의 인연을 이렇게 소개한다. "토머스 에디슨이 1893년 전구용 플라스틱 필라먼트를 실험한 것이 발전해 1930년 GE에 플라스틱 사업부가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은 그만큼 GE의 주력 부문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사업부다. 이런 유서 깊고 의미 있는 부서가 장래에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이유로 GE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 주력 사업부=플라스틱 사업부는 GE의 6개 사업부문 가운데 종합산업(인더스트리얼)부문에 속한다. 지난해 매출은 66억 달러로 GE 매출액(163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이 사업부는 매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 GE 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업부 가운데 하나고, 대부분의 CEO가 이 사업부에서 배출됐기 때문이다. 웰치 전 회장은 물론 이멜트 회장도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이 사업부에 몸 담았다. 이 사업부가 50년대 개발한 렉산(LEXAN)필름은 달 착륙 우주인의 헬멧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GE코리아 조병렬 상무는 "플라스틱 사업부는 GE의 모태와 같은 존재"라며 "GE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이전에 이미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해온 이 사업부는 글로벌 인재를 많이 배출한 부문"이라고 소개했다.

GE가 플라스틱 사업부 매각을 결심한 이유는 간단하다. 향후 사업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감소했으며,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 줄어든 6억7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 상무는 "결코 적자를 내거나 이익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향후 의미 있는 성장을 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비전 없으면 판다"=이멜트 회장은 2월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혁신과 지속적인 성장을 강조했다. ▶순익 증가율 10% 이상 ▶투자 수익률 20% 이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2~3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맞는 사업부는 확실히 키우고 외부의 다른 유망 사업체도 적극 사들인다는 방침이다. 플라스틱 사업부는 이 기준에 미달해 매각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GE는 이멜트 회장 취임 후 35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매각했다. 이와 동시에 800억 달러를 투입해 ▶생명과학 ▶항공사업 ▶의료기기 업체 등을 사들였다. 사업구조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성장해 나가는 게 GE의 전략이다.

GE는 인더스트리얼 부문을 포함 ▶인프라(항공기 엔진.에너지.기관차 등 ) ▶헬스케어(의료.보건 장비 등) ▶NBC유니버설(영화.엔터테인먼트) ▶상업금융 ▶GE머니(소비자금융) 등 6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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