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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봇이야기

로보캅, 로봇 솔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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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치안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이 개발되었다. 로봇도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도 살 만해야 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바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고부가가치 분야, 즉 의료와 국방 분야다. 이 분야는 미국이 단연 선두다. 역시 사업을 잘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대표답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로봇도 군인 로봇이다. 청동 거인 '탈로스'는 섬을 정찰하면서 침투하는 배에 바위를 던져 막았다. 사람 대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은 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 참사 때 사용돼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현재의 군인 로봇과 비슷하다. 무한궤도 바퀴에 카메라.로봇팔 등을 달고 있다.

미국의 군인 로봇이나 정찰 로봇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때 유명해졌다. 그 당시 전 세계 언론이 어찌나 그 로봇들을 대서특필하는지 '미국 상품 선전을 너무 하지 않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카메라.마이크.기관총이 탑재된 군인 로봇은 향후 미군의 일부를 담당할 예정이다. '글로벌 호크'라는 무인 정찰기도 중요한 로봇 항공기로 잘 알려져 있다. 가격은 각각 2억원, 500억원가량이다. 미군 한 사람에게 평생 지급되는 비용이 40억원이고 우리나라의 10년 경력 F-16 조종사 양성 비용이 87억원이니 군인 로봇의 경제성도 높다. 전투 로봇은 군인을 대신해 전투에 참여하고, 다른 사회 활동에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무수히 만들어질 것이다. 미 국방부는 잠자리 크기의 정찰 로봇 개발에 투자하기도 했다. 거기에 동전 크기의 가스터빈 엔진이 들어가도록 하는 등 발상이 기발하다. 기술이 어려워 단기간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지만 향후 방향을 제시한 좋은 프로젝트였다.

이스라엘은 지정학상 국방이 매우 중요하다. 인구도 적어 군인 로봇 개발은 당연한 귀결이다. 2006년 11월 이스라엘 부총리는 자살 테러범 한 명을 잡기 위해 1억 달러짜리 전투기를 투입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며 훨씬 싸고 작은 미래형 무기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이스라엘 군인 로봇은 무게 11㎏, 길이 23㎝로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이 널리 사용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국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방예산도 많이 든다. 이러한 국가적인 부담을 강점으로 활용할 시대가 왔다. 군인 로봇을 개발해 정찰.전투에 활용하고 제품 신뢰성을 높여 상품으로 수출할 수 있다. 대신 젊은 인력을 생산 활동에 투입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면 얼마나 좋은가.

우리나라는 2006년 말 정부 지원으로 첫 작품인 휴전선 경계용 로봇을 개발했다. 고성능 카메라로 4㎞까지 표적을 탐지하고 암구호 확인, 기관총 사격 기능까지 갖추었다. 앞으로 바퀴나 다리로 각종 장애물을 넘나드는 견마(犬馬)형 로봇을 개발해 정찰.지뢰 탐지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의 산악 지형에 맞는 군인 로봇은 다른 나라 군인 로봇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국민 복지시대의 또 다른 대안이며,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차별화된 강점 분야다. 군인 로봇으로 국방도 튼튼히 하고 국부 창출까지 꾀하는 적극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 기계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