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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력응징/미 명분찾기 고심/부시,선거전략에 활용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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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 67% 후세인 제거 찬성/외교문제로 인기만회 분석
이라크가 유엔의 핵조사팀에 조사를 허용,「제2차 걸프전」의 위기는 일단 넘어갔으나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압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27일 항공모함 존 F 케네디호를 걸프해역에 급파했으며 독일에 주둔중인 패트리어트미사일 부대를 긴급히 쿠웨이트로 배치하는가 하면 8월초 쿠웨이트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물론 이같은 추가배치가 모든 가능성을 대비한 준비조치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미국이 이렇게 무력압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이번 기회에 사담 후세인을 완전히 굴복시켜놓자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핵시설의 은폐뿐 아니라 패전후의 휴전협정을 지키지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어 이라크에 기존 휴전협정의 요구사항을 모두 지킬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존 스나이더 미 국무부대변인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의 은폐 ▲이라크­쿠웨이트간 국경획정위원회의 불참 ▲시아파에 대한 공습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 ▲유엔의 경제봉쇄에 대한 파기 등을 열거하면서 미국의 목표는 이라크로 하여금 유엔이 부과한 모든 조항을 준수토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에 핵조사단 문제는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라크가 나머지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공격하겠다는 태세다.
이렇게 미국의 자세가 강경일변도인데는 부시가 이번 선거의 이슈를 국내문제에서 외교문제로 돌리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70%가 이라크의 휴전협정위반을 응징하기 위한 무력공격에 찬성하고 있으며 사담 후세인의 제거에도 67%가 찬성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위험부담이 따르기는 하나 현재와 같이 부시의 인기가 최악인 상태에서 자신의 전공분야에 해당하는 외교문제로 선거이슈를 돌림으로써 자신이 최적의 인물임을 다시한번 과시해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이 아니더라도 사담 후세인의 계속적인 도발을 묵과할 경우 자신의 걸프전 승리의미가 퇴색된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는 사담 후세인이 그물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입장이며 이번의 군사배치는 이러한 기회를 대비한 준비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잭 앤더슨은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 기고에서 미국이 이번에는 이라크의 전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스커드미사일을 포함,대량살상무기가 50%밖에는 파괴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이라크가 계속 위험한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이 비록 이러한 이유때문에 다시 한번 이라크를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뚜렷한 명분축적이 안되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유엔조사단의 조사를 이라크가 거부했을때 무력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영국·프랑스 등 관련국과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와 유엔의 합의로 앞으로 종전과 같은 또다른 첨예한 갈등이 제기되지 않는한 미국이 막연히 유엔의 휴전조항 준수를 이행한다는 명분만으로는 공격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시로서는 후세인이 미국이 찾고 있는 명분을 제공해주기만을 기다리면서 결정적인 목조르기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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